‘문화융성’ 예산, 사업계획 부실한데도 뭉칫돈 편성

입력 2016-10-31 00:02 수정 2016-10-31 01:03
박근혜정부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과 관련된 예산이 최순실씨를 위해 편성돼 왔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 예산 집행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세종청사 앞에 지난 26일 허수아비가 서 있다.뉴시스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씨가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 관련 예산을 좌지우지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문화융성 관련 예산은 편성 당시 사업계획이 세밀하지 않은데도 뭉칫돈이 편성됐고, 최씨 인맥이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유관기관을 잇따라 장악하면서 관련 예산을 제멋대로 끌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 개발도 부실한데 뭉칫돈 편성

정부 관계자는 30일 “문화융성이 국정 기조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문화예산은 여기저기 쪼개져 있고, 정권 초기엔 사업 개발이 잘 되지 않았다”며 “본격적인 사업 개발은 2014년 예산안(2015년도 예산안) 편성 때부터였다”고 말했다.

콘텐츠 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 개발이 되지 않아 개별 사업보다는 우선 펀드를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수법도 동원됐다. 이런 편성 방식은 내년 예산에도 반영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위풍당당 콘텐츠코리아펀드 출자’ 사업 예산이 800억원으로 올해(360억원)의 배 이상이 책정됐다. 당시 문화·공연계 쪽에서는 줄 세우기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해 예산 당국에서 문화공연과 관련해 일정 규모를 갖추거나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입증만 되면 연습실 비용을 지원하는 식으로 편성 방식을 바꿨다고 한다.

2014년 여름은 유진룡 문체부 장관이 물러나고 최씨 인맥이 문체부를 비롯해 문화·체육계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이다. 최씨 최측근인 차은택씨의 광고계 은인인 송성각씨가 그해 12월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에,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발탁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최씨 측이 예산 당국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시작되는 4월부터 문화융성 관련 예산안을 주물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3년 4조1048억원에 그쳤던 문체부 사업예산은 이듬해 4조4224억원으로 늘었고, 2014년부터 매년 약 5000억원씩 꾸준히 증가한다. 내년 문체부 예산은 5조9104억원이다. 이에 대해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최씨의 예산편성 개입에 대해 “예산편성은 절차대로 진행됐다”며 최씨와 관련해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 최순실 예산 ‘현미경 심사’ 방침

야당은 최씨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예산을 철저히 밝혀내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타깃이 되는 사업은 문화창조융합벨트다. 내년 예산은 1278억2700만원으로 올해(903억6500만원)보다 약 375억원 증액됐다.

19대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야당 간사를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현 기획재정위 소속)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화창조융합벨트는 급조된 사업이고, 재원도 기금에서 전용하는 등 문제가 많아 과거 국정감사 때도 여러 번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 외 K스포츠재단이 해외 태권도 공연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태권도 진흥 예산은 올해 105억2000만원에서 내년 168억5900만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예산 감시 시민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내년 예산이 확인된 것만 865억원으로 올해보다 35%나 늘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