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우조선엔 메스 안대고 진통제 처방만?

입력 2016-10-31 00:01

31일 정부의 조선 산업 경쟁력 강화 발표를 앞두고 조선 3사의 그동안 구조조정 성과와 실적, 수주 전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 전망은 여전히 어둡지만 회사별로 적잖은 온도 차가 감지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 효과로 올 3분기 흑자를 기록해 실적 부담을 덜었다. 반면 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조선해양은 강도 높은 추가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조선 빅3를 모두 살리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근본적인 공급 과잉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2’는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조8391억원, 영업이익 3218억원을 기록했다. 구조조정 효과로 올해 3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중공업도 3분기 매출 2조7778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매출은 지난 2분기(2조7208억원) 대비 570억원 늘었다. 영업이익은 2분기 2838억원 적자, 전년 동기 100억 적자에서 탈피했다. 지난 28일 노르웨이에서 15만7000DWT급 유조선 3척을 약 2000억원에 수주하는 등 하반기 수주 덕도 컸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진행해온 구조조정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근 한 해양프로젝트 입찰에서 자격 미달로 탈락했고, 경쟁력을 자부하는 LNG(액화천연가스)선에서도 일본 선사로부터 ‘재무구조가 취약해 같이 협력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빅2와 마찬가지로 3분기 실적 반등이 기대되지만 수주액은 여전히 연간 수주 목표 62억 달러의 20% 수준인 13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30일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놨다. 업계 최초로 내년 1월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달씩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직원들의 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이미 끝났고, 개별 직원들의 휴직 기간도 정해진 상태다. 인사 구조가 다른 생산직은 연차 휴가를 모두 소진하는 방식으로 휴직에 동참할 계획이다.

당초 대우조선은 연말까지 분사와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3000명을 추가로 줄일 것을 밝힌 바 있다. 직원 수를 1만명 이하로 맞추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9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이달 말까지는 회사 측이 계획했던 1000명 수준의 희망퇴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던 ‘몸집 줄이기’도 2018년으로 시점을 앞당겼다. 현재 사업 비중이 55% 정도인 해양 부문을 30% 이하로 낮추고, 방산 부문을 10% 정도로 키울 계획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회사 소식지를 통해 “회사가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연간 매출 7조원 규모로 돌아가기 위해 자구안을 압축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31일 발표될 정부 발표안과 맥을 같이한다. 당초 정부안은 국내 조선 ‘빅3’에서 대우조선을 탈락시키고 ‘빅2’로 줄인다는 계획도 나왔지만 현재 대우조선은 그대로 유지하되 규모와 공급능력을 줄이는 쪽이 유력해 보인다. 고강도 자구책은 빠지면서 맹탕정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