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데 ‘레임덕’ 덮쳐 한국경제, 외환위기 직전과 흡사

입력 2016-10-31 00:00

한국경제가 ‘최순실 게이트’로 방치돼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16년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 구조조정이 외환위기로 치닫던 97년 기아자동차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흡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말 보수 경제학자들은 ‘미증유(未曾有·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의 위기’라며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을 경고하는 성명을 내놨다. 이런 상황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가계부채는 올해 말 1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고, 좀비기업이 늘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은 답보 상태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31일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는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지난해 10월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1차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회의’에서 조선과 해운, 건설·철강·석유화학을 ‘5대 취약 업종’으로 규정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 등으로 더디게 진행됐다. 해운, 조선, 철강, 화학은 대규모 ‘빅딜’을 검토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컨설팅까지 진행했지만 그 결과를 두고 정부부처 간 이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간을 끌었다.

97년 당시 기아차 사태에 빗대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충남대 무역학과 허찬국 교수는 “기아차 부실화는 외환위기 직전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기아차는 분식회계로 대규모 손실을 숨긴 가운데 재계 서열 8위를 달성했다. 이에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려 했고 이는 97년 대선 이슈로 부각됐다. 허 교수는 “당시 대선 후보들은 호남 표심을 의식해 기아차 사업장을 찾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이를 지켜본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IMF 외환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모습이 현재 경남 지역에 사업장을 둔 대우조선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 상황을 조율할 청와대가 ‘최순실 사태’로 사실상 업무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부처도 자신 있게 정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며 “대우조선 처리 방안이 정부 방안에서 아예 빠졌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