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협조 뜻 밝힌 靑… 별 의미 없는 자료만 내밀어

입력 2016-10-31 00:00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가동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에 들어갔다. 외형적으로는 ‘청와대와의 절연’을 의미한다.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계기로 청와대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전면전 체제’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수본은 29일과 30일 잇따라 수사팀을 청와대 경내로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다만 청와대 측 거부로 직접 집행하지 못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는 식으로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29일 오전 청와대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통지했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후 검찰은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지휘 아래 수사팀은 물론 청와대 서버를 복사하기 위한 디지털포렌식 인력까지 보냈다.

하지만 압수수색 협조 의사를 밝힌 청와대가 수사팀에게 내민 자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다. 수긍할 수 없었던 검찰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 사무실에 진입하려 하자 청와대는 불승인사유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고 반발했지만 별 성과 없이 철수했다.

검찰은 30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측과 압수수색 방식을 협의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사무실 진입을 거부했다. 대신 검찰이 건넨 압수물 목록에 맞춰 박스 7개 이상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

검찰의 강제 수사는 최순실씨와 연관성이 드러난 인물 전반을 향해 있다. 자택과 사무실 양쪽 모두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대상자는 안 수석과 정 비서관,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다. 안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대상 모금과 사업 추진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진술·정황이 다각도로 포착돼 있다. 검찰은 안 수석이 지난 1월 22일 최씨 개인회사 더블루케이의 대표이사였던 조모(57)씨에게 직접 휴대전화로 연락해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이 전화할 테니 받고 일을 하면 된다”고 알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정 비서관은 ‘최순실 파일’이 담긴 태블릿PC와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이 언론사로부터 제출받은 태블릿PC 속 아래한글 파일 가운데 ‘작성자 아이디’가 정 비서관의 ‘나렐로(narelo)’로 된 국정자료가 다수 있었다. 김 차관은 더블루케이의 스포츠 마케팅 사업 미팅 자리에 참석했고, 최씨 측에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 밖에도 다수 청와대 인사들의 자택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난 29일 검찰에 자진 출석한 김한수 행정관은 문제의 태블릿PC를 구입해 개통한 인물이다. 그는 소환 통보가 없었지만 굳이 조사를 받겠다며 검찰에 나왔다. 이영선 전 행정관, 윤전추 행정관은 최씨가 대통령 행사 의상을 고르는 의상실에 동행해 최씨를 상전처럼 모시는 장면이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글=이경원 황인호 신훈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