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해적당, 총선서 ‘제2당’ 부상

입력 2016-10-30 18:20 수정 2016-10-30 21:42
해적당을 창립한 비르기따 욘스도띠르가 29일(현지시간) 총선이 끝난 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결과 예측 방송을 보다가 해적당이 선전한 것으로 발표되자 손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해커와 무정부주의자, 온라인 활동가가 결성한 유럽 정치권의 ‘악동’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29일(현지시간) 열린 조기 총선에서 선전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80%가 개표된 상황에서 해적당은 전체 63석 중 10석을 차지했다. 해적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사전 합의한 좌파녹색당은 10석, 밝은미래당 4석, 사회민주연합당이 3석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해적당 연합은 총 27석을 확보해 과반 의석(32석)에는 못 미쳤다.

현 집권 중도우파 연정도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독립당은 21석으로 제1당을 유지했지만 진보당은 8석에 그쳤다. 개별 정당 의석수로 해적당과 좌파녹색당이 제2당으로 도약했다.

7석을 차지한 재건당이 차기 정부 구성의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재건당과 손잡는 연합이 집권세력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적당이 집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해적당을 창립한 비르기타 욘스도티르는 “아이슬란드 사회를 재건하기 원하는 시민과 청년을 위한 당으로 시민의 힘을 받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2년 결성된 해적당은 정부의 투명성과 제도 개혁, 개인 자유와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NSA의 비밀 사찰을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온라인 투표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파격적인 제안 덕분에 지지자 대부분이 젊은층이다.

이번 선거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6개월 앞당겨 실시한 것이다.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폭로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가 사임해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