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석달째 엘시티 회장, 강남 은신說

입력 2016-10-31 00:01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에 최고 101층으로 짓겠다는 주거복합단지 엘시티 조감도.
1000억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와 법조계에 무차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엘시티(LCT) 시행사의 이영복(66) 회장이 외국이 아닌 국내 모처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지난 8월 잠적한 이 회장에 대한 통신수사 결과와 현재 은신처가 서울 강남일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를 확보하고 추적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 검거 전담반을 꾸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던 중 서울 강남에 머문다는 첩보를 최근 확보해 경찰과 함께 지원반을 투입해 검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서울 강남이 아닌 전남 등지에서 지역 조폭의 보호 아래 은신해 있다는 설과 함께 해외 도피설까지 나오면서 이 회장의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의 도피 행각은 29일 모 방송사의 추적 보도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21일 엘시티 시행사 등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착수의 신호탄을 울리고 8월 초 이 회장을 소환했지만 이씨는 잠적했다. 이씨는 운전과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40대 남성과 두 달 넘게 도피하고 있다. 은신처와 차량을 수시로 바꾸고, 대포폰 수십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7일 이씨와 보디가드의 사진과 주요혐의, 인상착의 등이 담긴 수배전단을 내세워 두 사람을 전국에 공개수배했다.

이 회장은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속여 대출을 받고, 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임금을 챙기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장은 대지 확보와 인허가 과정 등에서 정치권 실세들에 10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금품 로비를 했다는 소문과 검찰, 정·관계 등 고위 간부까지 매수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캐면 캘수록 횡령 금액과 비자금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감장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엘시티 건축비리 수사와 관련된 진전이 없다고 질타하자 검찰은 24일 이 사건을 부산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 특수부에 배당했다.

엘시티는 2006년 11월 부산시가 관광특구인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온천센터 예정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고시하면서 2007년 6월 호텔과 콘도 등 상업시설만 짓는 조건으로 민간사업자를 모집했다.

이에 이 회장이 대표로 있는 청안건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냈으나 상업시설로는 돈이 되지 않자 부산시는 2009년 12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엘시티 전체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미관지구로 바꿔줬다.

이 과정에서 엘시티는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도 없이 사업계획이 승인돼 정·관계 로비설이 증폭됐다. 이 회장과 가까운 지역 정치인과 전·현직 부산시청 고위인사가 엘시티 인허가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이 회장은 1990년대 후반 전국을 강타한 부산 사하구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 의혹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부지 6만5934㎡에 101층 랜드마크 타워 1개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동, 워터파크 등 관광리조트 시설 등을 짓는 1조7000억원이 투입된 대형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착공됐으며 2019년 11월 말 완공 예정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