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와 법조계에 무차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엘시티(LCT) 시행사의 이영복(66) 회장이 외국이 아닌 국내 모처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지난 8월 잠적한 이 회장에 대한 통신수사 결과와 현재 은신처가 서울 강남일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를 확보하고 추적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 검거 전담반을 꾸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던 중 서울 강남에 머문다는 첩보를 최근 확보해 경찰과 함께 지원반을 투입해 검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서울 강남이 아닌 전남 등지에서 지역 조폭의 보호 아래 은신해 있다는 설과 함께 해외 도피설까지 나오면서 이 회장의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의 도피 행각은 29일 모 방송사의 추적 보도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21일 엘시티 시행사 등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착수의 신호탄을 울리고 8월 초 이 회장을 소환했지만 이씨는 잠적했다. 이씨는 운전과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40대 남성과 두 달 넘게 도피하고 있다. 은신처와 차량을 수시로 바꾸고, 대포폰 수십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7일 이씨와 보디가드의 사진과 주요혐의, 인상착의 등이 담긴 수배전단을 내세워 두 사람을 전국에 공개수배했다.
이 회장은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속여 대출을 받고, 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임금을 챙기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장은 대지 확보와 인허가 과정 등에서 정치권 실세들에 10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금품 로비를 했다는 소문과 검찰, 정·관계 등 고위 간부까지 매수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캐면 캘수록 횡령 금액과 비자금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감장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엘시티 건축비리 수사와 관련된 진전이 없다고 질타하자 검찰은 24일 이 사건을 부산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 특수부에 배당했다.
엘시티는 2006년 11월 부산시가 관광특구인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온천센터 예정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고시하면서 2007년 6월 호텔과 콘도 등 상업시설만 짓는 조건으로 민간사업자를 모집했다.
이에 이 회장이 대표로 있는 청안건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냈으나 상업시설로는 돈이 되지 않자 부산시는 2009년 12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엘시티 전체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미관지구로 바꿔줬다.
이 과정에서 엘시티는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도 없이 사업계획이 승인돼 정·관계 로비설이 증폭됐다. 이 회장과 가까운 지역 정치인과 전·현직 부산시청 고위인사가 엘시티 인허가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이 회장은 1990년대 후반 전국을 강타한 부산 사하구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 의혹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부지 6만5934㎡에 101층 랜드마크 타워 1개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동, 워터파크 등 관광리조트 시설 등을 짓는 1조7000억원이 투입된 대형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착공됐으며 2019년 11월 말 완공 예정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잠적 석달째 엘시티 회장, 강남 은신說
입력 2016-10-3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