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인사를 단행했다.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을 내보냈다. 몇 달째 논란이 돼온 우병우 민정수석, 최순실 사건 중심에 있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모두 만시지탄이다. 이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어제오늘의 일인가.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에둘러서 이들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박 대통령은 불통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민정수석에 발탁한 점은 눈에 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청와대 인적 쇄신 정도로 헤쳐나갈 수 있는 국면을 넘어섰다. 내각을 다 바꾼다 해도 황망한 민심을 추스르기 어렵다. 국정을 지탱하고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청와대가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이틀째 거부하다 막판에야 자료를 내놨다고 한다. 그것도 특별수사본부가 “청와대에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여론에 호소한 뒤에야 이뤄진 일이다. 최순실씨에게는 온갖 자료를 갖다 주고 정작 국가기관인 검찰에는 기밀, 관례, 법규 등을 거론하며 거부했다니 기가 막힌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인적 쇄신이 얼마나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책임총리를 거론하다 야당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 됐다. 통상적 해법으로 될 일이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국면의 엄중함을 느낀다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할 일은 자명하다. 국정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 정권은 신뢰를 잃었더라도 정부는 돌아가도록, 외교와 안보가 위태로워지지는 않도록, 경제가 좌초하지는 않도록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하고, 여당의 주문은 야당의 협조를 구해 그것을 하자는 말이다.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 탄핵·하야를 촉구하는 집회가 번지고 있다. 국정농단 진상규명에 협조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조치 이외의 정치적 행위는 현재로선 모두 욕심이다. 대통령 자신도 수사 대상임을 밝히는 것, 야당의 도움을 받아 국정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 청와대는 이 두 가지를 서둘러야 한다.
[사설] 인적쇄신 시동 걸었지만… 갈 길 멀다
입력 2016-10-30 18:43 수정 2016-10-30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