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이자 벌써부터 정권교체 얘기가 나오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2011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에서 거론되는 최악의 경우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세력이 친박(친박근혜) 진영을 공격해 계파교체를 마치 정권교체처럼 포장하는 시나리오다. 친박을 겨냥한 비박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에 민주당이 도구로 쓰이고 정작 정권은 새누리당 비박 세력이 쥘 수 있다는 염려다.
지난 18대 대선을 한 해 앞둔 2011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를 재신임 조건으로 내건 주민투표가 무산돼 사퇴하자 내부 분열에 휩싸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불법 매입 사건’에 휘말리자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당시 한나라당은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워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고치고 당 색깔까지 바꿔 재집권에 성공했다. 핍박의 대상이었던 친박 세력이 당을 장악한 뒤 친이(친이명박) 진영을 공격해 이명박정권과 당을 분리해낸 것이다. 친박이 야당 역할을 자처하면서 당시 민주당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자칫 ‘최순실 게이트’가 친박의 문제로만 비칠 경우 비박에게 면죄부를 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지사 등 비박·소장파를 돕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꽃놀이패라는 말도 나오는데 제대로 쓰지 못하면 무슨 꽃놀이패냐”며 “유승민 남경필 등 비박 대권 주자가 나와서 당 추스르고,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하면 2011년과 똑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당 지도부나 대권 주자들이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무조건 중립성이 확보된 거국내각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꽃놀이패?… 민주당 ‘2011년 악몽’ 되풀이 우려
입력 2016-10-31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