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그 최측근인 CF감독 차은택씨에게 철저히 놀아난 대표적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이들이 문체부를 장악해 문화융성 관련 예산을 제멋대로 주무른 데 이어 장·차관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씨가 광고계 은인인 송성각씨를 장관에 앉히려다 여의치 않자 차관급인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자리를 줬다는 증언이 그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장·차관 자리를 한낱 사은품으로 여겼다는 말이다. 충격적인 인사농단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각을 세운 유진룡 장관이 2014년 7월 경질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송씨 측근의 증언은 아주 구체적이다. 이 측근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수도권 골프장에서 회동한 송씨가 “차은택이 보답한다면서 문체부 장관 줄 테니 이력서를 달라고 해서 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1개월 뒤 다시 만난 송씨가 송사 문제로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차관급으로 낮아질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실제 송씨는 그해 12월 콘텐츠진흥원장에 취임했다. 대신 문체부 장관에는 차씨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는 차씨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임명됐다. 차씨 인맥이 박근혜정부의 문화정책을 모두 접수한 것이다.
그 후 문체부가 비선의 수족이 되면서 최·차씨는 각종 문화사업에 개입해 잇속을 챙겼다. 3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2014년 11월 국민생활체조로 발표된 늘품 체조도 헬스트레이너 정아름씨가 아닌 차씨가 기획한 것임에도 문체부는 숨겨 왔다. 이는 정씨가 29일 블로그를 통해 문체부로부터 본인이 제안한 것으로 해달라는 거짓 해명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김종 2차관과 최순실 커넥션 의혹도 제기된다. 비리 온상이 된 문체부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검찰 수사로 썩은 곳을 모조리 도려내야 한다.
[사설] 최순실·차은택의 문체부 인사농단이 이 정도라니
입력 2016-10-30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