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EU가입 포기?… 사형제 부활법 곧 의회 상정

입력 2016-10-30 18:19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이 29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고속철도 개통식에서 대통령 연설에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사형제를 부활하는 법안을 곧 의회에 제출키로 했다. 사형제 부활은 곧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중단으로 이어진다. 수십 년간 추진하던 EU 가입 협상이 공식적으로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에르도안이 이런 정치적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사형제를 되살릴지 주목된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은 29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열린 고속철도 개통식에서 “사형제”를 외치는 지지자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정부가 조만간 의회에 사형제 부활 법안을 제출하면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의 의견보다 국민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며 법안이 의결되면 재가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형제 부활이 논의된 배경에는 지난 7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가 있다. 에르도안은 쿠데타를 진압하면서 3만5000여명을 쿠데타 연계 혐의로 체포했다. 펫훌라흐 귈렌을 배후로 지목하고 숙청 대상 목록에 올렸다. 미국에 망명 중인 귈렌을 송환하라고 수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쿠데타 주도자와 반대파를 제거할 목적으로 사형제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는 EU 가입을 추진하면서 2004년 사형제를 폐지했다. 1984년 이후 사형집행도 없었다. EU는 유럽평의회 유럽인권협약과 EU 기본권헌장이 사형제를 반대하기 때문에 가입 협상이 중단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사형제를 되살린 상태로 EU에 가입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