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부친 최태민씨가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목회자까지 앞세우는 수법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자신의 이득을 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일보는 30일 최씨가 총재로 있던 대한구국선교단이 1975년 5월 발행한 공고문을 단독 입수했다. 최씨는 이 공고에서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귀 교회와 귀하에게 충만하시길 기원한다”면서 “제2차 사업으로 임진강변(1975년 5월11일 오후 3시) 우리의 조국인 북녘 땅을 바라보면서 구국기도회를 개최하면서 본단(本團)의 명예총재로 박근혜 선생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4차 사업으로 6월25일 주일 오후 12시 30분 남산 야외음악당에서 강신명 목사님(새문안교회 시무)을 대회장 겸 단장으로 추대하고 복음사업을 전개하오니 적극 협력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최씨는 공고문에서 “회신 왕복엽서를 발송하였으니 회신엽서가 미달된 목사님들은 직접 주소, 성명, 본적, 교파명, 교회명을 기입하여 배송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기재했다.
기독교적 승공(勝共) 정신을 함양한다는 목적으로 75년 4월 발족한 대한구국선교단에는 강신명(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최훈(예장합동) 박장원(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등 10개 교단 목회자들이 참여했다.
최씨가 한국교회를 적극 이용했다는 증거는 같은 해 8월 14일 대한구국선교단, 대한구국십자군 총사령부, 대한구국선교단여성후원회 주최로 열린 육영수 여사 추모예배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예배에도 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최씨는 이때부터 자신의 세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각종 이권사업에 뛰어든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기독교 불교 천도교 사상을 혼합한 영세계(靈世界) 교리를 설파했던 사이비 교주에게 속았던 것은 박 대통령을 앞세우고 ‘구국’ ‘선교’ ‘십자군’이라는 용어로 포장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영호 한국교회연합 바른수호신앙위원회 전문위원은 “최순실씨와 관련된 추악한 사건들은 40년 전 사이비 종교인과 정치권, 주변 권력의 유착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대한구국선교단 때 저지른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인사를 주의하고 정치권력과 유착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도 “대한구국선교단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기독교복음침례회’처럼 형식상으론 기독교 용어를 사용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반사회적 종교집단”면서 “한국교회는 사이비 종교집단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 전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는 선지자적 자세로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최태민, 朴대통령 지렛대 삼아 한국교회 이용했다
입력 2016-10-30 20:33 수정 2016-10-30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