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옥상에서 축구 한판 어때?

입력 2016-10-31 19:05
풋살 동호인들이 지난 25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홈플러스 목동점 옥상에 있는 ‘목동필드’에서 경기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위로부터 도쿄 중심지 시부야 역 옥상에 있는 ‘아디다스 풋살장’,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위치한 용산 아이파크몰의 ‘올인파크’, 홈플러스 인천청라점의 ‘인천 청라필드’. 오른쪽 사진은 위로부터 인천 청라필드에서 어린이들이 축구 레슨을 받는 모습과 목동필드에서 여성들이 버블사커에 대해 교육을 받는 모습. 올인파크·목동필더·인천 청라필드 제공.



취업준비생 강봉진(27) 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에 있는 홈플러스 목동점을 찾았다. 쇼핑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축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향한 곳은 6층에 있는 옥상이었다. 옥상엔 인조잔디가 깔린 풋살장 ‘목동필드’가 있었다. 라커룸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강 씨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밖으로 나와 몸을 풀기 시작했다.

강 씨는 4개월 전부터 목동필드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주거지역의 대형 건물 옥상을 미니 축구장으로 활용하니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우선 접근성이 좋다. 집에서 가까워 주중에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친구들과 한 경기 뛰고 나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지하에 있는 실내 구장을 이용했는데, 공기가 탁하고 답답했다. 그런데 이렇게 옥상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뛰니 상쾌하다. 건강에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이 평일에 축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축구장을 구하고 선수 11명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풋살장을 찾는다. ‘미니 축구’라고 할 수 있는 풋살은 축구를 즐길 공간을 찾기 어려운 도시에서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형 도시 축구 공간인 옥상 풋살장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대형 건물의 옥상에 미니 축구장을 세운 나라는 일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쿄 중심지 시부야 역 옥상에 있는 ‘아디다스 풋살장’이다. 이 풋살장은 2002 한·일월드컵을 기념해 아이다스의 후원으로 2001년에 건설됐다.

국내 1호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위치한 용산 아이파크몰의 ‘올인파크’다. 2012년 4월 7층 옥상에 국제 규격(41m×22m)의 1호 구장이 개장됐으며, 추가로 4개 구장이 더 세워졌다. 이곳의 최대 장점은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밤중에 옥상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업다. 반면 홈플러스 옥상 풋살장은 보안 상의 이유로 영업시간에만 운영한다.

아이파크몰 올인파크의 염창선 과장은 “축구뿐만 아니라 쇼핑과 식사, 영화 관람 등 문화생활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풋살장의 장점”이라며 “한 달 이용객이 5000∼60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조만간 구장을 더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옥상 풋살장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직장인들이 주말을 이용해 이곳에서 체육대회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근래 들어 풋살을 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어떤 고객들은 풋살장에서 축구가 아니라 피구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운영되는 옥상 풋살장으로는 올 인 파크 풋살장과 목동필드 외에 인천 청라필드, 서울 화곡동 스트리트풋살장, 홈플러스 서수원점 HM 풋살파크, 수원역 AK 플라자 올인파크 등이 있다. 최근엔 대형 건물 옥상에 풋살장을 설치해 주는 업체도 많이 생겼다.

목동필드의 윤해석 팀장은 “축구 동호회인들의 대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대관료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한 타임(2시간) 기준으로 13만원을 받고 있다”며 “반응이 좋아 남은 공간에 구장을 더 세울 예정이다”고 말했다.

옥상 풋살장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목동필드의 경우 버블사커를 운영하고 있다. 버블사커는 투명한 공처럼 생긴 풍선을 착용하고 축구를 하는 신종 스포츠로 유럽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몸끼리 부딪치지 않기 때문에 부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참여율이 높다. 경기하는 모습을 CCTV로 촬영해 제공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다. 동호인들은 경기 후 영상을 보며 폼을 고치고, 전술을 가다듬기도 한다. 또 단순히 대관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낮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성인을 위한 축구 클리닉도 열 계획이다. 특히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함께 축구를 하며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소셜 스포츠’도 추진하고 있다.

글·사진=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