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진단 및 치료법 발전에 힘입어 암 환자 생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암 치료 후 성생활 등 삶의 질 관리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예가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 장애다. 남성 비뇨기암 환자가 골반 내 암을 근치(根治) 목적으로 절제했을 때 흔히 겪는 후유증이다. 대개 전립선암과 방광암, 직장암 같은 암 절제수술 후 많이 발생한다.
신경보존술과 같은 수술기법들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골반 내 암의 경우 수술 후 최대 82%에서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골반 내 암 수술 남성 환자 10명 중 8명꼴로 성기능 장애를 겪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암 수술 후 성기능 장애를 얻은 암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해주는 병원이 있다. 지난 8월 하순 국내 최초로 암 환자를 위한 성재활센터를 개설, 두 달째 운영 중인 이대목동병원이 그곳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암 생존자가 계속 증가하는 현실에서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기능장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곳이 없어 ‘암 환자 성재활센터’를 운영하게 됐다고 31일 밝혔다. 초대 센터장은 남성의학이 전문분야인 정우식(58) 비뇨기과 교수가 맡았다.
이대목동병원 암 환자 성재활센터의 목표는 이름 그대로 전립선암, 방광암, 직장암 등 골반 내 장기암 치료 후 발생하는 성기능장애 문제를 암 수술 준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 문제 해결에 나섬으로써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있다. 암 절제수술 때문에 성기능장애 발생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가 경구용 및 주사용 약물 치료로 성기능 재활에 실패했을 때도 보형물 삽입술 같이 적극적 방법으로 성기능을 재건해준다.
골반 내 장기암 수술 후 성기능장애는 대부분 신경과 혈관손상으로 생긴다. 치료는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의 주성분인 ‘포스포디에스트라제-5억제제’(PDE-5i)를 필요 시 복용하거나 혈관확장제를 음경에 직접 주사하는 재활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여러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 연구를 통해 수술 후 이들 약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음경으로 가는 혈류 상태가 좋아지고 음경 평활근의 위축 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암 수술 후 1∼2년이 지나도록 약물 치료를 계속했는데도 자연발기가 정상화되지 않거나, 자연발기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약물 치료 초기와 달리 강직도가 점점 떨어져 재활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결국 음경 주사제를 추가하거나 진공식 물리기구를 이용하는 성 재활치료를 시도해보지만, 이 역시 효과가 미미하기 일쑤다.
정우식 센터장은 이럴 경우 최후의 성기능장애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음경보형물 삽입술(PPI)을 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3-피스 임플란트’(3조각 팽창형 음경보형물 삽입술)다.
이 수술은 발기력을 잃은 환자의 음경 속에 실린더, 생리식염수 저장고, 펌프 등 3조각이 한 세트를 이루는 팽창형 보형물을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펌프는 음낭 속에 심는다. 수술 후 성관계를 맺을 때 이 펌프를 누르면 저장고의 생리식염수가 음경 내 보형물의 실린더로 이동하면서 발기가 이뤄지는 원리다. 자연 발기와 유사해서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하지만 암이 방광, 전립선, 직장 등 골반 내 장기에 생겨 절제 수술을 받은 경우 치골 뒤 조직들이 서로 들러붙어(유착) 생리식염수 저장고를 앉히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암 수술 후 인공방광 형성 시술까지 받은 경우 회장(回腸)을 이용한 방광 쪽으로 저장고가 파고드는 치명적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정 센터장은 골반강을 피해 복막과 복벽(腹壁) 사이에 새 공간을 만들어 저장고를 앉히는 방법으로 이 같은 위험을 피하고 있다. 그는 “발기부전 등의 성기능 장애는 적극적 약물치료와 수술을 통해 얼마든지 재활이 가능하다. 암 수술을 받았다고 속만 끓일 필요가 없다. 암 치료 후 장기 생존자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암 치료 후 성기능장애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우식 센터장은
음경보형물 삽입술 임상경험 풍부
1983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88년 의학석사, 91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의 수련과정은 84∼87년 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에서 이수했다.
정 센터장은 두 차례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92∼93년 미국 남가주의대, 2002∼2003년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소아비뇨기 및 성기능 장애 분야를 집중 연구했다. 연세의대 비뇨기과 연구강사(88∼99년)와 건국의대 비뇨기과 전임강사 및 조교수(90∼93년 8월)를 거쳐 93년 9월부터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암 환자 성재활센터’ 초대 센터장도 맡고 있다.
정우식 센터장의 전문 분야는 남성 성기능장애(발기부전 및 조루증)와 갱년기증후군 진료다. 특히 음경보형물 삽입술에 대한 임상경험이 풍부하다. 아울러 선천성 요로 및 생식기 기형을 가진 어린이 비뇨기 수술에도 능숙하다. 음낭수종, 서혜부탈장, 미하강(未下降, 미처 내려앉지 못한) 고환 교정술은 물론 현미경을 이용한 신우성형술, 요도하열 교정술, 방광요관역류 교정수술 경험도 많다.
지난 2009년부터 홀렙(HOLEP) 레이저를 도입해 나이가 들며 비정상적으로 커진 전립선 조직을 칼 대신 레이저로 깔끔하게 도려내 배뇨장애를 개선해주고 있기도 하다.
정 센터장은 2012∼2013년 대한전립선레이저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고시위원과 대한남성과학회 편집·학술·홍보이사, 대한남성과학회 학술·홍보이사 및 감사, 대한불임학회 이사, 세계성기능장애연구학회지(IJIR)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다.
글=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명의&인의를 찾아서-(86) 이대목동병원 암 환자 성재활센터] 성기능 장애 재활 돕는다
입력 2016-10-31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