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가명·13)군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틱장애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일이 계속되자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날이 늘어갔다.
가족에 대한 좋은 기억이 거의 없다는 이유리(가명·18)양은 집에서 아버지와 자주 부딪쳤다. 우울증과 무기력감으로 학교를 장기 결석하기도 했다.
이 아이들이 ‘관심’을 받자 달라졌다. 자신을 알아봐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경기도 용인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이하 디딤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양은 “남에게 속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 여기에선 상담선생님에게 술술 이야기하게 된다”며 “우울증도 많이 좋아졌고, 하고 싶은 일과 목표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군도 “밖에서와 달리 형이나 친구들이 잘 대해준다”며 “주말에 집에 가면 이웃들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국내 유일의 거주형 청소년 정서·행동장애 치료기관인 디딤센터가 2012년 10월 시범운영에 들어간 뒤로 올해 4주년을 맞았다. 디딤센터의 입교 대상은 9∼18세 청소년 중 ADHD, 우울증, 대인관계 문제, 학업중단, 폭력 등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다. 지금까지 모두 3687명이 수료했다. 현재는 장기 과정(1·4개월)과 단기 과정(4박5일)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정서·행동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딤센터 장기과정 경쟁률은 평균 2.5대 1을 기록할 정도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2013∼2015년 지속적인 상담 및 관리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은 25만7300여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우선관리군만 14만7500여명에 달한다.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중·고등학생도 2014년과 2015년 두 해에 걸쳐 2만1700여명에 이른다.
치료성과도 적지 않다. 2013년 80.6%였던 수료율은 매년 높아져 지난해 92.2%에 이르렀다. 최근 2년간 수료 이후 우울증, 기분장애 등을 포함한 위험지수는 19.0% 포인트 낮아진 반면 자기만족도, 자아존중감 등을 포함한 긍정지수는 12.2% 포인트 높아졌다.
디딤센터 수료 후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우지혜씨는 “디딤센터에 가기 전까지는 때리고 혼내는 게 교육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칭찬과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점점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도 강해졌다”도 회상했다.
지난해 아들을 디딤센터에 보낸 유모씨는 “아이를 겨우 설득해서 보내놓긴 했는데 일주일 만에 그만두면 어쩌나 고민도 많이 했다”며 “매주 선뜻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디딤센터는 치료 효과 지속 및 제고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처음 수료생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취약계층 가족을 직접 방문하는 패밀리멘토링 프로그램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학교생활 힘든가요? 디딤센터로 오세요”
입력 2016-10-31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