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숙고모드’ 끝내고 사태 수습 본격화

입력 2016-10-28 21:40 수정 2016-10-29 00:47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면서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청와대와 여당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 여론이 폭발하는데도 사과 이후 계속 침묵을 지켰던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저녁 늦게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박 대통령 독대, 최씨의 귀국 입장 발표,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입장 표명 등 일련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모두 이날 하루에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물론 주말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는 등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속속 확인된 이후에도 박 대통령이 미온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도 감안한 것이다. 야당 등의 공세의 초점이 최씨를 넘어 박 대통령을 직접 향하고 있어 ‘숙고 모드’를 버리고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등 참모들로부터 여러 수습 방안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90분 독대’를 통해 인적쇄신을 요청받고 수석들의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 주 초 이원종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5∼6명을 교체하는 등 참모진 개편과 함께 추가로 대국민 사과 및 보좌시스템 개선 등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실장은 사표를 제출한 상황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인사 교체는 새로운 인물 검증 등 시간이 필요하지만 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주말쯤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선 야당이 주장하는 거국중립내각엔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씨 사태 수습 방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다각적인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인적쇄신을 포함해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께서 굉장히 큰 충격에 빠진 것 같고, 그래서 (청와대는) 송구한 심정”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 아래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수석실별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공직기강 감찰 등은 민정수석실이 담당해 왔지만 이번엔 민정수석실은 배제됐다.

한편 박 대통령은 당초 예정됐던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과의 오찬 간담회를 취소했다. 청와대 내부 행사이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외부 인사들과의 만남 자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오찬 간담회는 취소된 게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며 “조만간 행사가 다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만 오후 미얀마 하원의장 접견,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은 예정대로 소화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