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26일 사표 제출… 인적쇄신 수순

입력 2016-10-29 00:02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머리를 만지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6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김재원 정무수석이 28일 밝혔다. 이 실장이 사표를 제출한 시점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 날이다.

김 수석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면서 “저희(비서진)도 이 난국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잘 모시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준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비서진 모두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의 사표 제출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청와대 인적쇄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른 수석비서관들도 조만간 일괄적으로 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참모진을 먼저 경질하고 장관들을 교체하는 ‘선(先) 청와대, 후(後) 내각’ 수순으로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은 주말에 열리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규모 촛불집회가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쇄신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를 찾아 박 대통령과 1시간30분 동안 독대하며 조속한 인적쇄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권과 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말하고 왔다”면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안한 인적쇄신 요구가 빨리 추진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엄중한 시기인 만큼 국정은 국정대로,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면서 “수사는 특검이든, 검찰수사가 됐든 실체 규명을 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지만 대통령은 주로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앞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에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전면 인적쇄신을 요구한 만큼 대통령이 이것을 안 받아주면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적쇄신 의견을) 대통령에 전달한 것이 아니라 요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병국 나경원 김용태 김성태 권성동 의원 등 비주류 중진의원 7명은 별도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모임이 끝난 뒤 정 의원은 “당이 지금 상황에서는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하고 청와대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사퇴, 거국중립내각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타깝지만 이정현 대표는 리더십을 상실했다”면서 “이 대표는 당과 국가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글=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