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씨는 ‘비선실세 논란’ 상황의 엄중함을 의식한 듯 변호인을 통해 검찰 자진 출석 및 수사 협조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최씨는 딸 정유라(20)씨의 사생활과 관련해 가슴 아픈 사정이 있다며 인정에 호소했다. 또한 사회적·도덕적 비난은 감수하겠지만, 실정법 위반 부분은 따져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씨의 갑작스러운 귀국 의사 표시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최씨 직접조사에 앞서 진행 중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 소환과 압수수색 등 기초조사를 한층 서둘러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검찰이 최씨를 직접 조사해도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최씨 변호사에 따르면 그는 이미 이달 초 은밀히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검찰 수사에 대비해 왔다. 이후 국내와 독일에서 자신이 소유한 회사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청산하는 절차를 밟는 등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최씨가 시민단체 고발 한 달여 만에 검찰 출석 입장을 밝힌 것은 충분한 준비가 됐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씨가 귀국 의사만 밝힌 채 건강 등 문제로 외국에서 잠적 생활을 계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은 최씨 변호인과의 일문일답.
-어떻게 최순실씨 사건을 수임했는가.
“2014년 정윤회씨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때 (최씨와) 알게 된 것뿐이다. 다른 건 없다. 내가 예전에 사건을 담당해봐서 히스토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 같다.”
-최씨는 자신에 대한 의혹들을 부인하는가.
“먼저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현재 의혹 전체를 (최씨 측이) 다 뒤집어쓴 상황이다. 천천히 하나씩 밝혀지길 바란다. 본인도 (검찰) 조사받으면서 범죄 혐의 드러나면 처벌받을 각오하고 있다.”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역할을 한 부분은 인정하는가.
“최씨 의혹이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면 하나는 사회·도덕적 질책과 비난, 다른 하나는 위법 행위다. 사회·도덕적 비난은 최씨가 해명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세상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위법 행위는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기자 간담회를 자청한 이유는 뭔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보도가 됐다. 그건 아니다. ‘지금 당장 오라고 한다면 내일 당장 갈 수는 없지 않으냐’는 의미였다. 딸 유라씨도 상당한 정신적 공황상태다. 자기가 그대로 떠나면 (딸의) 신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정유라씨는 같이 안 오는가.
“필요하면 올 것이다. 검찰이 들어오라고 연락하면 (정씨도) 언제든 출석하겠다는 걸 전해달라고 한다.”
-최씨는 왜 독일로 갔는가.
“말하기 어렵지만 사생활과 관련된 가슴 아픈 일들이 있다.”
-사생활 문제는 최씨 본인 문제인가.
“아니다. 딸 문제다.”
-최씨는 고영태씨와의 관계에 대해 뭐라고 하는가.
“수사와 관련된 부분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노용택 양민철 기자 nyt@kmib.co.kr
수사 대비 끝났나?… 최순실, 변호인 통해 “협조” 의사
입력 2016-10-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