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일본 이와테현의 한 고등학교 야구부 남학생이 쇠창살이 있는 좁은 장소에 갇혀 있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다. 몸을 한껏 구부린 남학생은 쇠창살을 쥐고 흔들며 저항했다. 학생을 쇠창살 안에 강제로 밀어 넣은 집단 따돌림(왕따) 가해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킬킬대고 웃었다. 피해 남학생은 계속 악을 썼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뿐이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이 같은 왕따 피해 사례가 22만4540건 발생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7일 ‘전국 초·중·고교 왕따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왕따 발생 건수가 지난 30여년래 최고치였다고 밝혔다. 왕따로 인한 자살이나 자살시도도 24건이었다.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도 96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초등학생 사이에서 왕따 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5만1190건의 왕따 피해가 발생했다. 중학교가 5만9422건, 고등학교 1만2654건, 특수학교 1274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면서 따돌림 피해가 느는 추세”라며 “학교도 왕따를 적극적으로 인지하거나 해결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면 40%는 왕따가 없다고 답한다”며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0년간 일본에서 왕따로 자살한 학생은 50여명이다.
3년 전 시가현 오츠시의 한 중학생이 심한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을 때 일본 정부가 ‘왕따방지대책추진법’을 제정했지만 학교 측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월드 화제] 日 초중고 왕따 급증… 한 해 22만건 발생 ‘사상 최대’
입력 2016-10-28 18:03 수정 2016-10-28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