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성난 민심 촛불 든다

입력 2016-10-29 00:15
전주시민들이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정권 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비선실세 최순실 파문’의 여파가 시국선언을 넘어 대규모 집회·시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말인 29일에는 2000여명이 참가하는 첫 촛불 집회도 예고됐다. 26일부터 시작된 시국선언에는 대학가는 물론이고 일부 재외 동포들도 가세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는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조롱하는 패러디물도 급속히 퍼지는 중이다.

민주노총과 농민단체 등이 중심이 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28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2000여명이 참가하는 촛불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라는 이름으로 촛불집회를 열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 조사, 박 대통령 탄핵·하야를 요구할 계획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박근혜 탄핵 집회, 29일 오후 6시 광화문 광장’ 등의 문구도 퍼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적 공분이 큰 만큼 예상 인원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촛불 집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6일 이화여대 총학생회를 시작으로 봇물이 터진 대학가 시국선언도 계속 이어졌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대학본부 행정관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기만하고 정치적 대표성을 상실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모교 서강대 총학생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변명과 책임회피만 존재하는 사과문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홍익대 동국대 충남대 한국외대 총학생회도 연이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재외동포와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50개국 재외동포 일동’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개인의 꼭두각시 놀음에 빠졌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며 “해외에서 창피해서 낯을 들 수 없다”고 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도 성명을 내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신과 가신들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했다”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는 최씨와 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패러디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웹진 ‘직썰’이 제작한 ‘몰락: 그분의 심정.avi’라는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수 57만건을 넘어섰다. 독일 영화 ‘다운폴’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영상이다. 또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를 ‘순실의 시대’로 패러디하거나, 북한 김정은을 등장시킨 화면도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만큼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거리로 나올지는 단정하기 힘들다”며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떤 내용이 더 폭로되는지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행동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29일 촛불집회가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