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맞붙는 2016 한국시리즈는 일종의 ‘사연 시리즈’다. ‘저주 시리즈’라 불리는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처럼 말이다. 사제지간으로 얽힌 양 팀 감독의 ‘지략 대결’과 외국인 투수들의 자존심이 걸린 ‘선발 대결’이 한국시리즈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적으로 만난 사제, 옛 정은 없다!
NC 김경문(58) 감독과 두산 김태형(49) 감독은 현역시절뿐 아니라 지도자 생활을 할 때도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김경문 감독은 프로원년부터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에서 포수로 활약했다. 당시 포수 최고참이었던 김경문 감독은 신인 포수였던 김태형 감독과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김경문 감독은 2003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뒤 9년 동안 진두지휘하며 6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 중 2005, 2007, 2008시즌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이 두산 배터리 코치로 있을때 선수로 뛰며 사제로 인연을 이어갔다. 2011년 김경문 감독은 신생팀 NC에서 새 출발을 했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사령탑 자리를 꿰찼다. 둘은 이제 각 팀의 수장으로서 서로를 이겨야하는 처지가 됐다.
오랜 인연만큼이나 두 수장은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경문) 감독님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쭉 생활했다.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와 선수단 장악 능력이 장점”이라며 “선수를 믿고 과감하게 기용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후배 감독이지만 작년에 배운 게 많았다”며 “김태형 감독은 사람들을 잘 아우르는 능력이 있다. 선배로서 그런 걸 많이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의 NC를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까지 경험했다. 후배가 먼저 앞질러간 셈이다.
김경문 감독은 “8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 왔다. 지난해 마지막 경기(플레이오프 5차전)가 생각났다”며 “2등은 참 가슴이 아프다. 올해는 2등 타이틀을 벗고 설욕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태형 감독은 “1위를 하고 쉬는 기간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 작년에 우승하고 올해 정규리그 1위로 마쳤기 때문에 2연패가 욕심난다. 목표를 이루겠다”고 맞받아쳤다.
두 감독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마침내 격돌한다. 김경문 감독에게는 ‘아버지 리더십’, 김태형 감독에게는 ‘형님 리더십’이 있다. 같은 듯 다른 두 사령탑의 어떤 리더십이 우승을 부를지 주목된다.
가을 사나이들의 선발 맞대결
예상대로였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김태형 감독은 “말이 필요없다”며 1차전 선발투수로 더스틴 니퍼트를 택했다. 니퍼트는 올해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22승)을 세웠고, 정규시즌 다승, 평균자책점(2.95), 승률(0.880) 3관왕을 차지했다. 명불허전 에이스다. 정규리그 NC전에서 3승 무패를 기록했다. 가을야구에서도 강했다. 지난해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 등판해 1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두 차례 승리투수가 됐다.
팀 동료 유희관은 “니퍼트가 1차전에서 잘해 준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니퍼트에게 신뢰를 보냈다. 그러면서 “판타스틱4가 나테이박보다 더 멋있다”며 한국시리즈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NC의 1차전 선발투수는 재크 스튜어트다. 스튜어트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12승 8패 평균자책점 4.56의 성적을 남겼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 우리 선발투수들 중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다. 날짜(선발 로테이션)상 스튜어트 순서였고, 믿고 기용했다”고 밝혔다. 스튜어트는 지난 22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이닝 완투승을 거둔 좋은 기억도 있다.
시속 150km대 직구와 슬라이더를 선보일 니퍼트, 다양한 구종을 자랑하는 스튜어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한국시리즈 1차전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봐주는 거 없다 ‘적으로 만난 사제’… 두산-NC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입력 2016-10-29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