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으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3분기에만 3조6000억원의 노트7 손실을 반영했음에도 삼성전자는 전반적으로 건실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 세계 IT 기업 중 유일하게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가 버팀목이 됐다.
삼성전자는 부품을 담당하는 반도체부품(DS) 부문과 완제품을 생산하는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부문 등 3개 사업으로 운영된다.
다른 기업이 시장 환경이나 내부 상황 등에 따라 실적이 요동칠 때도 삼성전자는 잘 버티는 이유다. 반도체가 부진하면 스마트폰이 힘을 내고, 반대로 스마트폰이 어려울 때는 반도체가 벌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노트7 단종으로 내년 1분기까지 어려움이 예상되자 반도체에 힘을 더 실어 전체 실적을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갤럭시S5와 S6가 시장에서 고전하며 분기마다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에 그칠 때 DS부문에서 3조∼4조원의 이익을 내며 실적을 지켜낸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 업체보다 약 1년 이상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는 3차원 V낸드 기술을 적용했다. 3세대(48단)까지 상용화했고, 연말 4세대(64단)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 기술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적용돼 성능과 안정성에서 경쟁력을 높여준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기준 기업용 SSD 시장에서 32.4%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D램의 경우 초미세 공정인 10나노로 만들고 있다. 미세 공정일수록 전력 소모가 적고 성능은 좋아지기 때문에 가격과 상관없이 수요가 꾸준하다.
이미 기술로 앞서 있는 상황인데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에 13조2000억원, 디스플레이에 10조9000억원 등 부품 분야에 집중된다.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단순히 가격경쟁력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관심이 없고, 대신 경쟁사들에 앞선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나면 경쟁 업체의 수익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3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노트7 부재에도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시장조사기관 SA의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조사결과를 보면 삼성전자는 총 7530만대를 판매해 20.1%의 점유율로 1위를 수성했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8380만대)보다 850만대 줄었고 점유율은 3.6% 포인트 감소했다.
2위 애플도 점유율이 1.5% 포인트 줄어든 12.1%였다. 반면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은 점유율이 상승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4분기 SSD·D램 시장 독식 예고… 완제품 부진 땐 부품으로 승부 다시 주목받는 삼성전자 사업구조
입력 2016-10-2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