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뒤 교묘한 수단을 써서 이익이나 권리를 독점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농단(壟斷)이지요. 원래 깎아 세운 듯한(斷) 높은 언덕(壟)이라는 뜻입니다.
‘오로지하다’가 농단과 비슷한 말인데 ‘혼자 독차지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녀는 권력을 오로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처럼 말할 수 있지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도 능력 없는 자가 권력, 이익을 독점해보려는 비열한 술수입니다.
맹자가 제나라에 객경으로 있을 때 선왕이 자신의 진언을 잘 받아들이지 않자 미련 없이 떠납니다. 돌아오면 잘 모시겠다는 선왕의 뜻을 전하러 온 사람에게 맹자가 말하지요. “사람들이 서로 필요한 물건을 나누며 잘 운영해가는 시장에서 ‘농단’에 올라가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살핀 뒤 사재기했다가 물건 값이 오르면 되팔아 큰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모두 그를 천박한 자라고 했다네.”
위는 맹자가 왕과 뜻이 맞지 않아 물러난 뒤 마음을 접지 않고 자식을 고위직에 앉힌 노나라 자숙의를 비난하며 한 말입니다. 부자(父子)가 부귀를 독점한, 즉 농단한 짓이라고 나무란 것입니다. ‘농단’이 나온 배경이지요.
농단, 자기만을 위해 사는 데 정신이 팔려 날뛰는 천한 행태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간교하게 제 이익만 챙기는 농단
입력 2016-10-29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