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일(사진) 감독이 이끄는 광주 FC는 2014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승격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구단 관계자들은 늘어날 운영비를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10월 선수단 급여가 체불된 것이다. 다른 시민구단들의 형편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우 선수들에게 급여와 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해체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시민구단이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고 외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협동조합 같은 형태의 경영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의 이번 시즌 예산은 71억원(시 지원금 60억·광고 후원금 11억)으로 알려졌다. 시 지원금 60억원 중 20억은 추경 예산에 포함돼 있다. 12월에 집행이 가능하다. 11월 급여도 지불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정원주 대표이사와 기영옥 단장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상황은 어렵기만 하다. 기업들은 경기가 좋지 않아 지원 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부친인 기 단장은 “축구인으로서 선수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광주 선수들은 프로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열악한 여건에서 경기를 해 왔다. 광주시가 무관심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으니 구단은 어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선수단은 2010년 창단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창단 후 연습구장을 찾아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목포국제축구센터에 들어갔다. 클럽하우스 건립이 숙원 사업이지만 답보 상태다. 광주는 홈경기를 원정처럼 치른다.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으로 가려면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이처럼 환경이 열악하지만 광주는 선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승격팀 최초로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에도 좋은 경기력을 펼쳐 보이며 28일 현재 11승11무13패(승점 44)로 그룹B 최상위인 7위에 올라 있다. 광주는 29일 오후 3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 FC와 36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이날 광주가 승리하면 승점 47점으로 사실상 2년 연속 K리그 클래식 자력 잔류를 확정 짓는다.
광주가 예상을 깨고 좋은 성적을 거두자 관중은 늘고 있다. 2014 시즌 평균 관중은 1344명이었지만 2015 시즌엔 2188명으로 증가했다. 이번 시즌엔 3698명으로 크게 늘었다. 광주는 시민구단이지만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광주 시민들은 축구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시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자체 주도로 시민들이 소액자금을 출자해 만들어진 시민구단은 지역 주민들과 일체감을 형성해 지역 사회의 화합과 통합에 기여한다. 문제는 만성적인 자금난이다. 돈이 부족한 시민구단은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진다. 이번 사태처럼 심할 경우 임금이 체불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구단을 스페인 명문구단 FC 바르셀로나처럼 협동조합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7만3000여 명의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출자로 운영되는 바르셀로나는 적립금을 축척해 인프라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적립금으로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투자하거나 선수발굴에 힘써 명문구단으로 거듭났다.
조합원들의 출자로 운영되는 협동조합구단은 자금력과 시민들의 경영 참여, 투명 경영, 지역과의 일체감 강화 등의 장점이 있다. 다만 초기 자금 동원이 어렵고, 의사 결정이 느리며 과열 선거 가능성 등은 약점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급여 체불까지… 한국프로축구 시민구단의 비애
입력 2016-10-28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