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 부역자’들 숨길수록 죄만 더 커진다

입력 2016-10-28 17:27 수정 2016-10-28 21:06
연일 쏟아지는 최순실 관련 의혹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정황만으로도 성난 민심을 통제하기 버거운 상황인데 이번엔 최씨가 국가 예산까지 주물렀다는 새로운 정황이 포착됐다. 벗겨도 벗겨도 계속 나오는 양파껍질처럼 대체 국정 농단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는 참담함에 국민들 속은 이미 다 타버려 더 탈 속도 없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지난 8월 단 한 차례 대면회의조차 개최하지 않은 채 계획에도 없던 코리아에이드에 143억6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코리아에이드는 미르재단이 관련된 해외원조 사업으로 “사업이 중복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불과 나흘 만에 일사천리로 예산 편성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씨와 그 측근들이 총 1800억원 규모의 문화융성 관련 예산을 직접 만들고 검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들도 공개됐다.

문건에 들어있는 ‘문화창조센터 건립’은 ‘문화창조융합벨트’로 확대돼 실제로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사업이다.

최순실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당사자 및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말든 일단 버티고 보자는 심산이다. 최씨는 언론인터뷰에서 청와대 문건을 이메일로 받아봤다고 시인했다. 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받은 사람은 있는데 보낸 사람은 없다. 이 건은 청와대 시스템상 사실 확인에 반나절도 안 걸리는 사안이다. 아직까지 그 쉬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애초 전달자를 찾을 생각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러니 최씨 연결고리로 짐작되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당사자들이 진실을 고백할 리 만무하다. 야당으로부터 ‘최순실 부역자’라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헛된 짓을 언제까지 할 참인가. 진실을 숨길수록 죄만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