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을 추적하는 사람들] 울주 지하수 또 상승… 지진 전조?

입력 2016-10-29 00:03

지난달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 이후 ‘지진’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도 무너졌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지진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지진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진 연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지진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수는 알고 있다

정상용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경주 지진 때 진앙 부근 산내면 의곡리에 있는 지하수 관측소 자료를 분석해 지하수 수위가 상승한 것이 지진 발생을 예고한 것이라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지진 전조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과 달리 지하수 수위의 변화는 지진을 예측하는 데 꽤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 아이슬란드 등에서는 지진과 지하수 수위에 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정 교수는 여전히 경주, 울산 등에 걸쳐 있는 양산단층 주변 지하수를 관찰·분석하고 있다. 그는 최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부근 지하수 수위가 높아진 데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지진을 예고하는 경고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지하수정보센터 울산상북(암반)관측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10일 지표면에서 20.11m 아래에 있던 지하수 수위가 같은 달 19일 8.26m까지 올라왔다. 지난 5일 2.19m까지 상승한 후 지금까지 2∼3m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 교수는 “비 등 다른 요인에 의한 수위 상승은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는데 상북관측소 자료의 경우 특별한 상승 요인이 없어 의심이 된다”며 “이제 지하수 수위 등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적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땅 밑 지도가 절실하다

이희권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도 포천부터 남양주 일대(수도권)에 있는 왕숙천단층이 20만년 전까지 단층활동을 한 활성단층(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교수는 왕숙천단층이 원전 건설 시 내진설계를 고려해야 할 수준으로 지진 가능성이 높은 젊은 단층이기 때문에 이 일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안전처에서 25개년 계획으로 우리나라 활성단층 지도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하는데 단층을 제대로 조사해서 활성단층인지 여부를 가리고 이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경주 지진을 예고한 전문가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발생 이후 언론 등에 우리나라에서도 강진이 발생할 수 있고 위험 지역은 경주와 울산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정부에서 내년에 15억원, 이후 매년 20억원 정도를 투자해 우리나라 활성단층 지도를 만든다고 했는데 이 예산은 선진국의 신기술을 적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교수 등이 중심이 되는 독립된 연구단이나 센터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질학회 화두는 ‘지진’

대한지질학회는 지난 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지질과학연합 학술대회를 열었다. 단연 화두는 지진이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각 내 매질(파동을 전달시키는 물질)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해 경주 지진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양산단층 일대 약 19곳에서 조사가 이뤄졌지만 단층운동의 지진학적 정보를 얻기에 불충분하다고 우려했다. 또 경주 인근에서 규모 6.5∼7.0에 이르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경주=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