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한 달여… 경주를 가다] 기울고 벌어진 첨성대… 완전복구까지 먼 길

입력 2016-10-29 00:03
첨성대는 이번 지진으로 기존보다 북측으로 약 2㎝ 기울고 상부 정자석 남동측 모서리(작은 사진 빨간 원)가 약 5㎝ 더 벌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경주 석빙고 내부 모습. 지진으로 가장 안쪽 벽면이 일부 돌출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복구가 완료됐다.
경주 지진으로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들이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의 큰 피해는 없었지만 문화재의 경우 작은 파손에도 복구에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적은 피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경북도와 경주시, 문화재청도 복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26일 찾은 첨성대(국보 제31호)는 육안으로도 쉽게 피해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건축물이 기울어지고 상부 돌이 벌어진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경북도는 첨성대가 지진 발생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북쪽으로 2㎝ 정도 더 기울었고, 상부 정자석 모서리가 5㎝ 정도 더 벌어졌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석빙고(보물 제66호)도 가장 안쪽 벽면의 돌들이 일부 돌출되는 피해를 입었는데 응급복구를 해 육안으로는 어긋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28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문화재는 첨성대(기울기 변이 등), 석빙고(후면 돌출), 다보탑(국보 제20호·난간석 접합부 파손) 등 모두 79곳이다. 국가지정 문화재가 42곳, 경북도 지정 문화재가 37곳이다. 지역별로는 경주가 58곳, 청도군 8곳, 영천시 6곳, 포항시 4곳, 경산시 2곳, 영덕군 1곳이다. 첨성대와 다보탑 정도가 육안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피해를 입었고 나머지는 미세한 피해라고 했다.

경북도는 경주시, 문화재청과 함께 피해 문화재에 대한 응급복구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재의 경우 원형 복구가 원칙이라 복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복구는 복구 설계가 끝나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문화재 복구에 최소 60억원 정도가 들것으로 예상했다. 일일이 정밀안전진단을 해 훼손 정도를 파악하고 복구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든다. 석조 문화재는 보통 정밀안전진단에만 3000만∼5000만원이 든다. 복구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기간은 예측하기 어렵다. 담장 등 가벼운 보수는 1∼2개월 안에 마무리할 수 있지만 건축물 자체의 피해 복구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협력해 응급복구를 마친 뒤 문화재마다 제일 적합한 복구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며 “문화재의 경우 빨리 복구하는 것보다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진단해 복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글·사진 최일영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