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명목하에 대면회의 없이 퍼줬다

입력 2016-10-28 00:06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헤센주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일보 제공

국무총리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지난 8월 30일 ‘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수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5월에 이미 확정된 종합시행계획에 없던 코리아에이드(Korea Aid) 예산 143억6000만원이 이때 추가됐다. 의결 나흘 전 서면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후 대면 회의 한 번 없이 일사천리로 결정된 일이다.

코리아에이드에 책정된 예산은 8월에 추가된 4개 부처, 12개 사업 총 220억원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65%) 규모다. 국무조정실은 “긴급 추진 필요 사업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지만 법적 근거나 진행 과정 모두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코리아에이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5월 아프리카 순방에 맞춰 시작된 개발협력 사업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올해는 물론 내년도 국제개발협력 시행계획엔 없었다. 지난 8월에야 2017년 종합시행계획 수정안에 들어갔다. 때문에 ‘신규사업’으로 분류되는 게 맞다. 하지만 국제개발협력위가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실에 제출한 수정안을 보면 코리아에이드는 ‘계속사업’으로 분류돼 이미 예산이 집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시행계획에도 없던 사업에 대해 수정안이 의결되기도 전에 예산이 지출된 것이다.

박 의원은 “대통령 순방 사업이라고 해도 이미 확정된 예산 계획과 예산안의 범위에서 집행돼야 한다”며 “청와대와 외교부가 계획에 없던 사업에 예산을 집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행사를 총괄한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인터PG)도 지난 5월 아프리카 문화교류 행사 사업비로 국고보조금 11억1400만원을 지원받는 과정에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국가 행사 등을 민간 회사에 위탁하는 경우 경쟁입찰이 원칙이지만 인터PG는 이런 절차 없이 보조사업자로 선정됐다. 인터PG 대표 김홍탁씨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 측근이다. 차씨는 미르재단 설립에 관여한 것을 넘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와 업무까지 좌지우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문화교류 행사엔 K스포츠가 주관한 태권도 시범 공연도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의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실태 보고서(2010년)에 따르면 ‘우리 문화 등을 대외에 알리기 위한 국가 행사 등을 민간 회사에 위탁하려면 예산을 편성한 뒤 경쟁입찰을 통해 절차에 따라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을 체결할 경우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반면 보조사업은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가 임의로 상대를 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보조금이 매출로 잡히지 않아 세금 납부 의무도 없다.

인터PG는 여러모로 가장 유리한 보조사업 형태로 국고보조금을 따낸 것이다. 인터PG는 국고보조금 신청 때 허위 사업 이력을 내세웠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고승혁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