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내가 ‘정치 목사’라고? 인간적으로 복음 전할 뿐 개의치 않는다”

입력 2016-10-28 20:21
최근 서울 극동방송 사옥에서 만난 김장환(극동방송 이사장) 목사는 “한국교회를 위해 지도자들이 더 겸손해지고 자질을 높여야 한다”며 “앞으로도 복음 전도의 외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석 선임기자
김장환 목사(왼쪽)가 지난 8월 육군훈련소 연무대교회에서 진중침례를 베풀고 있다. 극동방송 제공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목사 한국전도대회’모습. 극동방송 제공
100만여명이 모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 한국전도대회’에서 탁월한 통역실력을 보인 김 목사(왼쪽)는 교계 유명인사가 됐다. 극동방송 제공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82) 목사를 최근 서울 극동방송 사옥에서 만났다. 노(老)목회자는 대뜸 “기도제목이 있다”고 했다.

“2년 전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교회 예배당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타 종단의 종교시설과 대비되는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연무대교회는 대한민국 아들들의 영적 처소인데 두고만 볼 수 없었습니다. 새 예배당 건축을 위해 기도드렸죠. 특별생방송도 진행했고요.”

그는 복음 전파에 관한한 20대 청년처럼 열정적이었다. 전파 선교 1세대의 헌신은 대한민국이 십자가 군병처럼 단단해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목사는 2004년 수원중앙침례교회를 은퇴했다. 다만 6·25를 겪은 세대로서 군 선교 활동만은 놓지 않았다. 그를 통해 한국교회를 향한 충언,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연무대교회 건축모금 특별생방송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지난달 28일 특별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연무대교회 통장에 성도들이 보낸 헌금이 16억원 모였습니다. 멋진 예배당이 건립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월 연무대교회 장병 5000여명에게 침례를 거행했습니다. 은혜 넘치는 현장이었습니다. 3억원을 헌금했고요. 또 연무대교회 군목을 초청해 방송하고 청취자의 관심을 유도했는데, 한 청취자가 9200만원을 헌금했습니다. 장병의 정서함양을 위해 신앙서적 1만권을 기증했고 부대 안에 ‘북카페’도 개설했습니다. 군 선교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애국입니다.”

-군 선교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미래는 청년세대에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기독교 복음만이 불확실한 미래로 불안해하는 청년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군대는 ‘선교의 황금어장’입니다. 연무대교회 새 예배당이 완공되면 5000여명의 장병이 동시에 예배드릴 수 있습니다. 새 예배당은 대한민국의 아들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군생활의 안정을 돕는 기적과 간증의 장소가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말을 듣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김 목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교단 총회장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언가요? 교회 분열과 교계의 자리다툼을 지양해야 합니다. 양분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도 빨리 합해야 하고…. 명예와 부를 위해 갈라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교회재산 사유화는 안 됩니다. 큰 교회일수록 재정이 투명해야 합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더 겸손해야 되고 자질을 높여야 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복음을 전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웃음)신 회장 측의 요청으로 세 차례 예배드렸습니다. 김삼환(서울 명성교회 원로) 목사님과 함께 안수기도를 하고 성경도 같이 보고요. 그분이 요즘 어려움을 당하고 계시잖아요. 복음도 전했습니다. 재벌이 종교를 갖는 게 쉽지 않은데, 신 회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기회가 되면 계속 기도해드릴 작정입니다.”

-역대 대통령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는 등 굵직한 대외활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를 누가 ‘정치목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어릴 땐 정치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하지만 예수 믿고 그런 생각 접었습니다. 저는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번 알게 되면 관계를 유지하는 게 생활신조입니다. 특별히 복음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교도소에 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만나 기도한 것도 그렇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천국 환송예배 때 집례한 것도…. 또 퇴직한 직원, 택시운전사, 골프장 캐디에게도 열심히 복음을 전합니다. 어떤 사람은 돈 잘 벌고 권력을 가지면 가깝게 지내려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감옥에 가면 ‘나 몰라라’합니다. 저는 어려운 사람을 만나 기도해주고 격려해주고 있어요. 성직자로서 보람을 느끼죠. 뭐가 무서워 못갈 것 같으면 그런 사람은 성직자가 될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유엔본부에서 연설하셨습니다.

“지난달 중순 유엔총회를 앞두고 ‘제31회 국제조찬기도회’에서 설교 겸 연설을 했어요. 반기문 사무총장 내외를 비롯해 각국 대사 250여명이 참석한 자리였죠. 오는 12월에도 퇴임하는 반 총장 내외를 위해 기도해드릴 예정입니다. 본인이 기도해드리면 좋아하세요.

반 총장은 YS(김영삼 전 대통령) 때 의전수석을 했어요. 청와대에 초청받아 예배드릴 때 그를 여러 번 만났지요. 그래서 그런지 그분 안부를 제게 묻는 사람이 많아요. (대통령 출마 건)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인품도 있고 인격자이신데 누가 나오라 해서 나오고, 나오지 말라 해서 안 나오는 것도 아니지요. 나라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나오실 겁니다. 제 관심사는 반 총장이 하나님을 믿고 기독교 신앙을 갖는 것입니다.”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교계도 많이 변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법과 양심에 따라 목회를 하면 깨끗한 목회자로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한가지, ‘김영란법’이 우리의 좋은 미풍양속까지 저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미덕인 ‘나눔’까지 위축될까 염려됩니다.

-더하고 싶은 사역은요.

“극동방송이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어요. 앞으로도 복음 전도의 외길을 갈 것입니다. 이제 통일이 멀지 않았습니다. 복음만이 남북통일을 가져다주고 양극화 등으로 갈린 대한민국을 치유하는 해답임을 확신합니다. 극동방송 표어가 ‘복음 60주년, 또 복음 60주년’입니다. 평양에도 지사를 세워 극동방송 라디오가 힘차게 복음을 전할 그날을 기대합니다.”

김 목사의 표정은 밝았다. 처음엔 작은 목소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글=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