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특수본 설치… 정권과 선긋기?

입력 2016-10-28 00:01 수정 2016-10-28 00:07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한 대대적인 수사 착수를 선언하며 박근혜정권 ‘비선실세’를 겨냥한 칼을 빼들었다. 검찰이 측근 비리 의혹으로 국정운영 동력을 급속히 잃고 있는 이번 정권과 선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검찰청은 2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신속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한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진 것은 1995년 ‘12·12 및 5·18 사건 재수사’와 2001년 ‘이용호 게이트’,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검찰 내 넘버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본부장을 맡는 것은 처음이다. 수사팀도 기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 중심이었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수사팀에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가 추가 투입됐다. 이번 수사에 참여하는 검사만 10명 안팎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별수사본부는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뒤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수사 결과만 보고하게 된다. 수사 상황이 법무부를 거쳐 의혹 당사자인 청와대까지 전달돼 수사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김 총장은 “철저하게 수사해 신속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이 본부장에게 주문했다.

향후 특별수사본부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형사8부 중심의 수사팀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청와대 개입 및 기금모금 의혹 등을 다루게 된다. 특수1부 인력은 최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와 정부 문서를 받아본 경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특별수사본부 가동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하는 난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김 총장의 승부수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가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검찰 인사권을 쥔 청와대 민정수석실 통제를 벗어나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 본부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실체적인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박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이미 특별검사 도입을 당론으로 정한 만큼 특별수사본부가 최씨 관련 의혹 수사를 종결짓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특별수사본부 역할은 특검 출범 전까지 수사를 진행해 관련 자료를 특검에 넘겨주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정부 부처와 기관 등을 추가 압수수색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압수수색 대상은 세종시에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계자 2명의 사무실,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장 사무실 및 자택 등 7곳이다. 특히 문체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초고속으로 허가해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정현식(63)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도 이날 검찰에 불려나왔다. 정씨는 최근 한 언론과 만나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에 80억원을 요구하는 과정에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0)씨도 해외에 머무르다 이날 오후 입국했다. 고씨는 이날 저녁 곧바로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28일 이승철(57)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소환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 지원금을 모아 전달한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