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호 삼성이 닻을 올렸다. 오너로서 책임경영에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갤럭시 노트7 사태 처리와 미래비전 제시, 지배구조 개편 등 산적한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급변하는 환경변화 속에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됐다. 이 부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이로써 15년 만에 등기이사로 경영 일선에 서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4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8년 만에 이뤄지는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복귀다. 이 부회장은 2010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지만 그동안은 공개적으로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지는 않았다.
연말에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예상된다.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사업부분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기업 인수·합병이나 비핵심 사업 매각도 보다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서는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미국 HPI에 매각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조금 더 멀리 보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 방안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는 워낙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작업이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은 노트7 문제다. 이날 주총에서도 노트7 문제 해결 방안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하는 등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현재 사건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원인 분석이 되면 이에 걸맞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7 발화와 관련한 구체적 수치도 공개됐다. 8월 19일 출시된 이후 1차 리콜 때까지 판매된 노트7은 159만대다. 이 중 220대에 대해 발화 신고가 들어왔고, 배터리 문제로 밝혀진 건 85대다.
판매를 재개한 지난달 19일 이후 단종을 발표할 때까지는 총 147만대가 팔렸다. 발화 신고가 접수된 노트7은 119대였고, 이 중 55대에 배터리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발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노트7 사태를 총괄하고 있는 신종균 IM부문 대표이사는 “배터리의 공법, 셀 구조뿐만 아니라 배터리 내부 보호회로와 제조공정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며 “배터리 외에 외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자체 조사와 함께 미국 안전규격 기관인 UL 등 제3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독립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심희정 기자 snoopy@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닻 오른 ‘이재용의 뉴 삼성’ JY웨이로 삼각파도 뚫어라
입력 2016-10-2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