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논란의 중심에 선 최순실씨가 2년 전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사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014년 2월 당시 기획재정부는 계획안을 언론보도 참고용으로 사전 배포했는데, 막상 6일 뒤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는 내용이 뒤바뀌어 있었다.
특히 경제혁신과는 무관해 보이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겠다’는 부분이 뜬금없이 들어가 당시에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박 대통령은 2년 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는 “통일은 대박” 발언도 나왔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부랴부랴 준비에 돌입했고,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조율을 거치며 세부사항을 한 달 반 만에 만들었다. 이어 2월 19일 언론에 계획안 요약본이 배포됐다.
각 언론사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예정된 2월 25일 오전에 맞춰 미리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했다. 통상 정부가 사전에 배포한 정책 자료가 발표 시점에서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엿새간 청와대에서 큰 폭으로 수정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화문은 박 대통령이 발표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했다고 한다.
27일 기재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기재부는 담화 직전까지도 어떤 내용이 빠지고 추가되는지 알지 못했다. 기재부가 청와대와 조율을 마친 정책을 다시 청와대가 기재부 모르게 고쳐서 발표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기재부 자료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오보를 양산했다.
박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기재부가 담았던 거래소와 코스닥 분리, 야간 달러 선물시장 개설 등 굵직한 내용들이 대거 빠졌다.
기재부는 15대 핵심과제를 선정했지만, 대통령 담화문에선 9개로 줄었다. 여기에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통일과 관련한 부분이 더해졌다. 기재부는 남북 경협사업 등 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내용을 계획에 포함시켰는데, 담화문에는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통일준비위를 설립해 통일의 청사진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결과물로 탄생한 통일준비위는 그해 7월 위원을 선정했다. 최근 최씨 딸 정유라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리에서 물러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도 자문위원 명단에 있었다. 최 전 총장은 교육자문단에 대학총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자문위원 자격도 상실했지만 최근까지도 자문단 소속으로 활동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최씨 사이 개연성이 있다는 의구심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주제로 연설을 한 것은 3개년 계획 발표 한 달 뒤다. 이 연설은 최순실씨가 사전에 첨삭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점상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최씨가 손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변경에도 관여 의혹
입력 2016-10-28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