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유엔)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연주하길 원했는데 이번엔 제대로 추진해볼 여력이 없었어요. 다음엔 꼭 비무장지대에서 평화를 향한 연주가 울려 퍼지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미정(50) 한세대 피아노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로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유엔오케스트라 초청 평화음악회가 끝나자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다음 기회를 예약했다.
‘UN의 날’ 또는 ‘국제연합일’로 불리는 10월 24일은 1945년 UN이 조직된 것을 세계적으로 기념하는 날이다. ‘UN오케스트라’는 스위스 제네바를 기반으로 UN본부, 세계보건기구, 국제노동기구 등 다양한 국제기구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임 교수는 서울에 이어 광주(26일)와 부산(27일)에서도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다.
임 교수는 “올해 초 박수길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회장과 ‘평화’에 대해 나눈 대화가 마중물이 돼 UN오케스트라를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인 대한민국에 초청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음악회의 공동초청기관인 NGO 하나를위한음악재단의 설립자다. 2000년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을 계기로 ‘음악을 통한 남북교류’에 앞장서 온 임 교수는 2005년 평양초청독주회, 남북음악교류재단 창립, 도라산역 통일열차 음악회 개최 등 남과 북을 음악으로 잇는 굵직한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왔다.
“음악은 한 공간에 있는 공기를 소리에너지로 살려내는 힘이 있거든요. 이번 평화음악회에서 펼친 연주를 통해서도 남북한 사람들의 영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UN오케스트라가 마지막 선보인 무대는 북한 작곡가인 최성환의 ‘아리랑 판타지’였다. 분단의 아픔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다.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에서 연주한 곡이자 1990년 남북단일팀 단가 합의 당시 판문점 회담장에서 연주되면서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번 음악회에서 임 교수는 UN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했다. 그는 “역사적인 남북 이산가족 찾기 행사가 진행되던 당시 KBS오케스트라와 협연했던 곡이어서 더 의미가 깊었다”고 설명했다.
유엔오케스트라의 아시아 첫 여정을 분단국가 대한민국으로 정해 의미 있는 걸음으로 안내한 임 교수에게 ‘DMZ공연’ 다음 걸음이 어딘지 물었다. “그 다음이요? 당연히 평양이죠. 예수는 화평을 우리에게 주러 오셨어요. 우리는 서로 샬롬이라고 인사해야 합니다.”
군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UN오케스트라 초청 평화음악회 마친 임미정 교수 “다음엔 꼭 DMZ서 평화 위한 선율 울려야죠”
입력 2016-10-27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