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조연’으로 갈고 닦은 연기 빛났다… 유해진 첫 주연 영화 ‘럭키’ 500만 관객 눈앞

입력 2016-10-27 18:29 수정 2016-10-27 21:37

조연 전문 배우 유해진(46·사진)이 첫 주인공을 맡은 영화 ‘럭키’가 500만 관객 고지에 올랐다. 27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럭키’는 26일까지 481만8399명을 모았다. 지난 13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줄곧 지켜오다 26일 할리우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으나 아직도 하루에 17만여명이 관람해 27일 또는 28일에는 500만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영화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기억을 잃어버린 킬러 형욱(유해진)이 옷장 키를 바꿔치기한 무명배우 재성(이준)의 삶을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갑자기 신분이 바뀌는 설정이나 우여곡절 끝에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등 혹평이 쏟아졌다. 형욱과 119구조대원 리나(조윤희)의 로맨스도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복절도할 장면도 없다.

그럼에도 5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빛나는 조연’으로 갈고닦은 유해진의 연기 덕분이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나온 그는 극단 목화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영화 ‘블랙잭’(1997)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뒤 ‘왕의 남자’(2005)에서 거지 역할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타짜’(2006) ‘부당거래’(2010) ‘베테랑’(2015)에서 조연의 정점을 찍었다.

유해진은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한 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라는 것과 성실하게 연기하는 스타일이 매력이라는 평가다. 때로는 과묵하고 심각하게, 때로는 친숙하고 웃음 나게 하는 그를 미워할 관객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에서 헤엄도 못 치면서 “음파∼ 음파∼” 하고 수영을 가르치는 대목은 유해진식 코믹의 정수를 보여줬다.

‘럭키’의 흥행 성공은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었던 것도 주효했다. 앞서 개봉된 ‘아수라’에 대한 실망감이 ‘럭키’ 관람으로 연결된 측면도 있다. 힘든 세상살이에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가량 ‘킬링타임’용으로 영화를 즐기겠다는 관객도 많았다.

조연 전문 배우가 단독 주연으로 나서서 5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기록적이다. 조연으로만 1억 관객을 모은 ‘천만요정’ 오달수의 첫 주연작 ‘대배우’는 16만에 그쳤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