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지 8년여 만에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 이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인으로 삼성을 이끌게 됐다. 그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핵심 사업 결정과 투자, 대표이사 선임, 자산 처분과 양도 등을 포함한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됐다. 삼성전자 부회장이란 직함만 갖고 경영에 관여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부회장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의 자질과 역량에 따라 삼성의 명운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삼성전자를 위기로 몰아넣은 갤럭시 노트7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추락한 브랜드가치와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삼성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내년 3월쯤 예정된 갤럭시S8의 성공적인 출시도 중요한 과제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격상되도록 이 부회장이 조직문화 변화와 기술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비핵심 사업과 계열사를 매각한 이 부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신규 사업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난 5일 삼성전자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특별배당 30조원 실시 등을 요구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과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면서 안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엘리엇 같은 투기자본의 탐욕을 저지할 수 있는 대책도 강구하기 바란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사설]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이 해야 할 일들
입력 2016-10-27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