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설교] 동역하는 기쁨

입력 2016-10-27 20:25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에 참여해 아프리카 말라위의 음페레레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팀은 총 5명이었습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누구와 동행하는가’에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 좋은 동역자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최고였습니다. 음페레레 지역 책임자인 오슬리는 우리가 ‘오 목사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믿음이 좋은 분이었습니다. 현지 월드비전 직원들과 협력자들은 하나님께서 그곳에 보내고 세우신 천사요, 기둥들이었습니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부족함 없이 하나님은 그렇게 당신의 일을 해가고 계셨습니다.

모든 일에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파트너가 늘 있게 마련입니다. 그들과 어떻게 연합하는가 하는 것이 많은 부분에서 일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름’을 곁에 두고 함께할 수 있는 성숙함이 성공의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연합하는 동안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독교 공동체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고백합니다. 삼위일체는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이 세 분이시면서 한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는 모순이 있습니다. 셋은 셋이고, 하나는 하나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삼위일체는 논리적 진술이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의 신앙고백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셋이 하나라는 그 고백 안에서 연합의 신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사랑 안에서 하는 동역은 각자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서로를 침범하지 않습니다. 공통된 것만을 끄집어내는 축소적 교집합이 아닙니다. 서로를 기쁨으로 넘나들며 완성되는 사랑의 춤입니다.

긍휼이란 함께 아파하는 마음, 영어로는 컴패션(compassion)입니다. 말라위에서 도움이 필요한 그들을 보고 ‘하나님과 나, 그리고 아픔을 당한 사람’이 삼위일체로 연합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이 재능대로 사역을 배치하고 시간을 조정하는 것보다 우선적인 것입니다. 그 안에서 비로소 갈라진 마음들이 하나 될 수 있습니다.

말라위에 다녀온 지 1개월이 지나고 사랑하는 동역자들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모였습니다. 우리는 월남쌈을 먹었습니다. 밋밋한 쌈 종이 위에 돼지고기, 당근, 새우, 단무지, 파프리카, 숙주나물 등을 올려놓고 한 쌈을 듬뿍 싸서 소스에 찍어 먹었습니다. 오묘한 맛이 나더군요. 불과 한 달 전까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지냈지만 지금 만나 오묘한 맛을 내는 우리의 연합처럼 말입니다.

쌈 안에서 각각의 재료들이 특별한 맛을 내는 것처럼, 또 말라위 밀알의 기적 팀이 신기한 맛을 내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각종 ‘다름’들은 내 삶을 더욱 맛나게 해줄 동역자들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심는 이와 물 주는 이는 한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고전 3:6∼8) 이처럼 사랑 안에서 나눔에 동참할 때 비로소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더 많이 그리고 깊이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의 삶 구석구석에도 ‘동역하는 기쁨의 맛’이 충만하시기를 소망합니다.

한명준 목사(평택 서정감리교회)

약력=△감신대 신대원, 연세대 교육대학원, 미국 세인트폴 신학대학원 졸업 △현 평택대 강사, 감신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