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청와대 문건 사전 유출 의혹 이후 처음 국회에 불려온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이 ‘봉건시대’ 발언 때문에 뭇매를 맞았다. 이 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씨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내가 (유출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고 항변했다.
2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 실장을 대상으로 “신뢰 없는 정부의 대통령이 제출한 예산안을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느냐”며 “지난 국감에서 ‘봉건시대’ 발언을 했는데, 책임참모로서 봉건시대에 일조한 거냐”고 물었다.
이 실장은 “구체적인 사안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국감에서 위증을 한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알았다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겠어요, 네?”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와대 보안시스템상 문건이 이메일로 유출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이버테러 문제 등으로 보안이 상당히 강화됐다”고 답했다. 이어 “불가능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실장은 오후 들어 최씨에 대한 사전 유출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최씨 의혹이)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여기까지 왔으면 더 확실한 것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때 확실하겠지만 개연성이 높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또 “(봉건시대) 발언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서 강조법을 써서 말씀드렸는데, 날짜가 지나면서 저도 매우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 나라의 국가원수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국민 앞에 사과한 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거듭 태어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면도 있다고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실장은 당초 오전 일정만 마친 후 이석(離席)을 요청했지만 불허됐다.
국무위원들은 최씨의 존재에 대해 하나같이 “몰랐다”고 답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고,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언론 보도로만 접했고, 한 번도 만났거나 아는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한 번도 그럴 가능성에 대해 의식해 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봉건시대’ 이원종 실장 뭇매… 장관들은 “최순실 몰랐다” 발뺌
입력 2016-10-2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