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입력 2016-10-27 00:02 수정 2016-10-27 00:55
이화여대 학생들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를 비롯해 7개 대학이 26일 일제히 대통령 ‘하야(下野)’를 요구했다. 대학생 시국선언이 2000년 들어서도 꾸준히 이어졌지만 주도 세력이 대부분 학생운동단체였다. 하지만 이번 시국선언인 개별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최씨 딸 정유라씨 특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이화여대가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했다. 이대 총학생회는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입니까’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가의 수장이 ‘최순실’이라는 단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돼 대한민국은 헌정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오후 2시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라는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라”며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던 말을 꼭 지키길 바란다”고 했다. 총학생회도 별도의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오늘, 대한민국의 주인을 다시 묻는다’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그 자신이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총학생회 등은 ‘박근혜정부의 사퇴’를 요구했고, 부산대 총학생회도 “이 나라의 미래세대로서 현 사태를 규탄하고 정확한 책임을 요구한다”며 시국선언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중앙대 총학생회도 밤늦게 시국선언문을 내놓았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27일 오후 1시 교내에서 시국선언을 진행한다.

과거 대학생 시국선언을 보면 2004년 노무현 탄핵반대 시국선언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이끌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35개 대학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을 때도 22개 대학생 단체가 중심이었다. 2009년 40개 대학 학생들이 발표한 이명박정부 민주주의 후퇴 비판 시국선언,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 관련 20개 대학 시국선언은 한국대학생연합이 조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국선언 특징이 최씨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이전에는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학생단체나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했다면 이번에는 시국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터져나온 것이라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학생들은 각종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 누구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며 “이들이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80, 90년대의 문제의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도 하야와 탄핵을 원하는 성난 민심으로 들끓었다. 이틀째 하야, 탄핵, 시국선언 등이 검색어 순위를 점령했다. 주요 관련 기사마다 1만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사안의 중대성이 큰 만큼 학생뿐 아니라 평소 정치적으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이가현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