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야당이 최고세율을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며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려는 태세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세율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각종 공제 후 과세기준으로 과표 2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하는 22%다. 더불어민주당은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에 25%를 적용하는 구간을 신설하자는 방안을 내왔고, 국민의당은 구간은 그대로 두되 최고세율을 24%로 올리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법인세 세수는 상승세
기획재정부는 현행 세율을 유지해도 올해 법인세가 작년보다 6조4000억원 더 많은 51조4000억원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 예상대로 세금이 걷힌다면 사상 최대 법인세수가 된다. 내년에는 54조원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6일 “법인세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돼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국가경쟁력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율을 3% 포인트 더 올릴 경우 정부 세입이 2조3000억원 오히려 줄어든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 추세와 역행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낮춰왔고 최근에는 추가 인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일본·스페인이 지난해 법인세를 인하했고,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인하를 검토 중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데이터도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된 기재부 자료를 보면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21.1%에서 2011년 17.5%로 낮아졌지만 2014년 18.7%, 2015년 19.2%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비과세·감면 정비 효과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소득세는 더 빨리 늘어
최근 세수 내역을 보면 소득세 세수가 법인세를 웃도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법인세가 소득세보다 더 많이 걷혔다. 하지만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소득세가 빠르게 늘며 역전됐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소득세는 2012년 45조8000억원에서 2015년 60조7000억원으로 32.5% 증가한 데 반해 같은 기간 법인세는 45조9000억원에서 45조원으로 2.0% 감소했다.
전체 국세에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역전됐다. 2011년에는 법인세가 23.3%로 소득세보다 1.3% 포인트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 법인세 비중은 20.7%로 2011년 대비 2.6% 포인트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소득세 비중은 꾸준히 높아져 2015년 27.9%로 2011년 대비 5.9% 포인트 증가했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국세에서 법인세보다 소득세 비중이 7.2% 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근로소득세는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2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19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38.3% 늘어난 수치다. 이 때문에 근로자의 ‘유리지갑’을 털어 세수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의 실효세율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오히려 낮은 역전 현상도 현행 법인세 체계의 문제로 거론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과표구간 500억∼1000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8.8%였지만 1000억∼5000억원 이하 기업의 실효세율은 18.7%로 소폭 낮다. 과표구간이 5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6.4%로 더 낮아진다. 이는 돈을 많이 버는 기업들에는 세금을 많이 걷겠다는 당초 법인세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과표구간 500억∼1000억원 이하 기업들의 명목 법인세율은 21.4%, 1000억∼5000억원 이하는 21.8%, 5000억 초과는 22%로 규정돼 있다. 공제감면이 실효세율과 명목세율의 차이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표구간 500억∼1000억원 이하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2.6%, 1000억∼5000억원 이하 기업은 3.1%, 5000억원 초과 기업은 5.6%를 공제받았다. 대기업들의 공제 폭이 더 큰 셈이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Wide&deep] “직장인 지갑만 터나… 세율 올려야” vs “안 올려도 법인세 稅收 느는데 굳이…”
입력 2016-10-2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