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불발 가능성에 이틀째 하락 중인 국제유가가 국내외 증시를 짓눌렀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56달러 하락한 49.96달러를 기록해 50달러 선이 무너졌다. OPEC의 감산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라크가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며 감산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 OPEC 합의에 비상등이 켜졌다. 러시아의 감산 동참 여부도 불투명하다. 유가는 지난 2년간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왔다. 유가 하락은 산유국의 경제난으로 이어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한국도 조선 등 주요 수출 분야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가 하락 악재에 25일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 하락했다. 유럽 증시도 맥을 못 췄다. 26일 오후 7시(한국시간) 기준 영국 FTSE100지수는 1.05%, 프랑스 CAC40지수는 0.93%, 독일 DAX30지수는 1.06% 하락 중이다. 중국 상하이(-0.5%) 홍콩(-0.95%)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이날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23.28포인트(1.14%) 급락한 2013.89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 매도세에 장중 2000선도 위협받았다. 기관과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빅2인 삼성전자(-1.88%)와 현대차(-0.36%)가 실적 부진에 하락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하드 브렉시트’ 이슈가 불거진 것도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
OPEC 회원국들은 한 달 전만 해도 8년 만에 감산을 합의했었다. 세계은행이 2017년 유가 전망을 배럴당 55달러로 올리는 등 유가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 WTI 가격은 2월 저점을 기록한 후 지난 19일 51.60달러까지 올랐다. 다시 하락 위험이 커지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그간 유가는 감산 기대감에 오른 상황이라 어디까지 하락할지 불안감이 있다”며 “OPEC 회의까지 한 달 정도 남아 있어 그때까지는 불확실성에 계속 휘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원유 감산 합의 불투명… WTI 50달러선 와르르
입력 2016-10-26 18:01 수정 2016-10-26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