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가방으로 유명해진 빌로밀로 대표 고영태씨라는 분이 있습니다…고영태씨와 청와대는 어떤 관계이지요, 실장님?”(민경욱 새누리당 의원)
“저도 신문에 사진 난 것 보고 ‘이런 것이 다 있나’…과거에 전혀 모르는 일이고 언론을 통해서 의혹 제기됐다 하는 것만 알고 있는데….”(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 21일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측은 고영태(40)씨의 존재를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응답했다. 이 실장은 “사실관계가 앞으로 확인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국가기밀을 미리 받아본 것으로 드러난 최순실(60)씨의 법인을 관리해 온 측근은 이렇게 오래도록 베일에 싸여 있었다.
국민일보가 고씨의 가명 ‘고민우’를 보도한 뒤 그의 과거 사연을 알고 있다는 이들이 연락을 해왔다. 이들의 주장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펜싱선수 출신인 고씨는 2007년 전후로 수년간 가라오케 등 유흥업소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과거 동료였다는 한 인사는 “고씨가 직원들을 관리하는 영업실장으로 일했다”고 했다.
그가 일한 곳은 서울 강남에 있던 한 가라오케였다고 전해진다.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는 말 따위는 없었고, 항상 바빴다는 게 주변의 기억이다. 인맥이 뛰어났고, 대기업 경영진의 가족들과 술을 마시는 것을 봤다는 이도 있었다. 그를 가까이서 접한 이들은 고씨가 펜싱 국가대표를 지낸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고씨는 가라오케 영업실장을 하던 중 “여자 구두를 만드는 사업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당시 고씨와 가까운 사이였던 한 여성과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 여성은 최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는 아니었다고 한다. 고씨는 이후 여성 가방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 가방을 들게 됐다.
그는 가방 사업 이후 최씨와 관련된 많은 법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에는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광고대행업체 ‘코어플랜’의 대표이사가 됐다. 올 들어서는 한국과 독일에 잇따라 설립된 더블루케이의 경영에 모두 관여했다. 한독상공회의소에 신고할 때는 고민우라는 이름을 썼다.
지난 20일 박 대통령의 엄벌 시사 발언 뒤 그는 국민일보에 “도와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고씨가 돌연 더블루케이 독일법인의 경영진에서 빠진 날이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고씨에게 이메일 등을 통해 과거 행적에 대해 문의했으나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했다.
이경원 기자
‘박근혜 가방’ 만든 ‘빌로밀로’ 대표서 崔 최측근 된 고영태 강남서 한때 유흥업소 영업실장 생활
입력 2016-10-27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