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유승민·남경필… 애매해진 ‘반기문 대망론’

입력 2016-10-27 04:06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법인세 관련 공청회에 참석, 패널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뉴시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서영희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여권의 대선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던 비주류 대권 잠룡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당 후보로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다는 시나리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한 뒤 위축됐던 비주류 주자들은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으로 비주류가 치고 나올 공간이 커진 만큼 이번 기회에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심산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지목됐던 유승민 의원은 현 정국에 대해 “‘이건 정말 나라도 아니다’라는 생각”이라고 일갈했다. 또 최씨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 특검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고도 했다.

원외에선 남경필 경기지사가 연일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남 지사는 26일 페이스북 글 등을 통해 “국가적 위기이다. 대통령이 사라졌다”면서 청와대 참모진 전원 경질뿐 아니라 새누리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비교적 신중한 스탠스다. 김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너무나 엄중한 상황이므로 국가 전체와 당을 고려한 더 깊고 신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분명한 사실은, 이번 문제는 대통령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의 강경 발언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거친 말로만 일관할 경우 지지율을 올리려고 조바심이 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계가 띄웠던 ‘반기문 대망론’은 힘을 잃게 됐다. 더 나아가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들어갈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박 지원을 등에 업은 후보라는 이미지를 갖고 여론의 지지를 얻기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박 대통령의 압도적인 대구·경북(TK) 지지기반마저 무너지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반 총장이 일단 새누리당 밖에서 당명 개정부터 시작해 집권여당의 전면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전권을 행사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 총장이 내년 1월 중순 귀국 후에도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며 독자 세력을 구축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반 총장 측 한 인사는 “반 총장이 당장 서울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정치 상황에 대해 코멘트할 계제가 아니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추측성 시나리오를 일축했다. 또 “반 총장은 우선 유종의 미를 거둔 뒤 돌아와 국민들 얘기를 먼저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