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레 쫓겨난 난민들 분산수용 마을서도 주민들 시위에 설움

입력 2016-10-26 18:22
프랑스 북부 불법 난민촌인 칼레에 머물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에 의해 강제로 마르세이유에 분산배치된 한 난민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칼레에 머물렀던 한 난민이 지난 24일 곧 가게될 장소가 표시된 프랑스 지도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프랑스 정부가 불법 난민캠프인 북부 칼레 지역 난민촌 강제철거에 성공했지만 사회적으로는 극심한 분열에 휩싸였다. 칼레에서 쫓겨나 프랑스 각지로 분산 수용된 난민들 역시 정착반대 시위와 냉대로 설움을 당하고 있다.

칼레에서 130㎞ 정도 떨어진 소도시 크루와질에는 지난 24일 밤 칼레 난민 30여명이 도착했다. 정부가 마련한 버스로 이곳에 온 난민들은 비어 있던 은퇴자 아파트에 수용됐다.

난민들이 도착했을 때 주민들은 “난민을 원하지 않는다”고 외치며 정착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동안 아파트를 둘러싸고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은 “우린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프랑스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크루와질에서 한밤중에 구호가 울려 퍼지고 경찰이 배치된 것은 전에 없던 풍경이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르포기사로 전했다. 시위대 사이에선 “난민 중 강간범과 소매치기가 나올 게 뻔해”라는 말도 들렸다고 NYT는 전했다.

프랑스 당국이 안전과 위생을 이유로 칼레 난민 6500여명을 분산 수용한 450개 도시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지역에선 난민이 수용된 집에 돌이 날아들었고, 방화 시도도 있었다. 특히 난민 수용 찬반 시위가 동시에 벌어져 주민 사이에 반목도 생겼다.

프랑스는 지난해 독일이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을 때 난민들이 칼레에 모여 살게 내버려둔 채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랬던 프랑스가 이제 자랑거리인 ‘박애’와 ‘톨레랑스(관용)’를 시험받게 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