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 청빙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지원자 중 3명의 목사가 마지막으로 남아 주일 예배 때 교인들 앞에서 시범 설교를 했습니다. 이미 내정된 목사 1명과 ‘병풍 목사’ 2명.
병풍목사란 내정된 목사를 돋보이게 하려고 당회가 들러리로 세운 목사를 말합니다. 교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몇 명이상 후보군을 둬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 교회에서도 병풍 목사를 세우곤 한답니다. 담임목사를 투명하게 선발하기 위해 기준을 정하긴 했지만 사실상 이름뿐인 셈이죠.
이날 병풍이 됐던 한 목사는 시범 설교가 끝난 뒤 수석장로와의 면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황당해 했습니다. “군 시절 경험담이나 자녀 교육 이야기만 10여분 정도 나누다 면담을 끝내더라고요. 목회와 관련된 질문은 아예 하지도 않았어요.”
알고 보니 내정된 목사는 모종의 대가를 제공하고 이 교회 담임목사를 맡기로 당회와 이미 말을 맞춘 상태였답니다. 또 다른 한 명의 병풍목사는 내정자의 신학교 동기였습니다.
이 같은 ‘병풍사역’을 전문적으로 하는 목사도 있답니다. 이들은 시범설교를 할 때 일부러 수준 이하의 설교를 하는 방식으로 내정자를 돋보이게 하고 사례비를 받기도 합니다. 자신이 병풍목사였다는 사실을 알면 불쾌할 수 있으니 당회에서도 이런 전문 병풍사역자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한 교단 관계자는 “다른 교단과 통·폐합을 많이 해 계보가 복잡하거나 신학교가 많은 교단에서 이런 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결국 담임목사를 내정해 놓고도 투명한 절차로 뽑았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벌어지는 것입니다. 청빙절차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담임목사를 내정하는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목회자 윤리 문제로 몸살을 앓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이런 경향이 심화되는 모양새입니다. 목회자의 됨됨이를 검증하려면 아무래도 서류나 면담을 통한 것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목사를 세우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연말을 앞두고 한창 청빙절차를 밟고 있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담임목사가 온 뒤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검증된 목사를 청빙하려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탈락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병풍목사를 세워가며 ‘가짜 투명성’을 확보하는 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한국교회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요.
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
[미션 톡!] 청빙 시즌, ‘병풍 목사’를 아십니까
입력 2016-10-26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