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이 외교안보 분야까지 확산되자 통일부와 국방부 등 관련부처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최순실 게이트’와의 관련성을 일부 부인했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확인불가’로 일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2월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 결정 배경과 최순실 게이트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했고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중단을 결정을 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2014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그 기원에 대해서도 “상식선으로 답변하면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관계부처에서 안을 내고 토의해 결정된다”고 답했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의 중요한 메시지였던 ‘드레스덴 선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드레스덴 선언의 연설문은 연설 이전에 ‘비선실세’ 최씨에게 열람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는 최씨의 영향력이 통일, 대북 정책과 관련된 부분까지 미쳤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정에 대해 일반론적 입장에서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메시지가 만들어지는 디테일과 관련해서는 “제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내부 결정 과정을 확인해준 적이 없다”는 ‘확인불가’ 기조로 말을 아꼈다.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화된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만큼 일선 부처의 모호한 대응 역시 ‘어디까지 최씨의 입김이 닿았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황망한 상황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국방부 또한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최씨에게 전달한 회담 시나리오에 군사기밀이 담겨 있었던 것과 관련해 “당시 군사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조차 부담감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군 소식통은 “2012년 12월쯤 북한과 세 차례 접촉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전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이후 단절됐던 공식 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비밀 군사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이 최순실 게이트의 유탄으로 폭로된 셈이다.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기밀 정보들이 민간인인 최씨에게 흘러갔다는 게 분명해지면서 엉뚱하게 국방부와 통일부 등 관계부처만 ‘꿀 먹은 벙어리’로 전락한 모양새가 됐다.
정건희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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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외교안보정책 개입 질문에… “확인불가”로 일관하는 국방·통일부
입력 2016-10-27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