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이른바 ‘국정농단’ 파문이 계속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진은 사태 초기 사실 규명 및 적극 대응에 나섰어야 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일부 인사는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선 상태다. 청와대 비서진 일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온 배경이다.
우선 이원종 비서실장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청와대 비서실을 지휘하는 이 비서실장은 수개월 전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최씨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적극 대응을 하지 않았다. 초기부터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규정하면서 최소한의 확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것이다. 이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관계에 대해 “직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했는데 아는 사이지만 절친하지는 않다고 했다”고 했다. 연설문 수정 의혹이 제기된 이후 박 대통령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논의해본 적도 없다”고 하는 등 수동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청와대 홍보·정무 라인 역시 수개월 전부터 관련 의혹이 제기됐지만 “근거 없는 공세에 대응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상황 파악, 대책 논의, 수습책 건의 등이 필수적인데도 대통령의 사과가 이뤄지기까지 방치한 것이다. 일부 핵심 참모는 오히려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은 각각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직권남용·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박 대통령 취임 후에도 최씨의 국정 개입을 방조한 청와대 보좌 시스템 자체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핵심 측근 3인방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면서 청와대 비서실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의중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는 박 대통령과 이들 3인방 외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최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이런 폐쇄된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수석들은 25일과 26일 회의에서 참모들의 ‘일괄 사퇴’ 여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들이 일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부 수석들은 바로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반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괄 사퇴 등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사과 이후 청와대 수석들에게 전화해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은 군 장성 진급·보직신고 등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靑 참모들… 몰랐거나 무능하거나
입력 2016-10-27 0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