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은 경기 어둡다는데… 한은 총재 “완만한 회복세”

입력 2016-10-26 21:02
통화 당국 수장은 한국 경제를 ‘완만한 회복세’로 인식하는데, 연구기관은 계속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다. 희망 섞인 기대와 우려 섞인 전망이 충돌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경제동향 간담회를 주재한 이 총재는 전날 발표된 한은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7%를 언급하며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려운 여건 하에서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다만 “앞으로도 과연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느냐, 거기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생산 중단, 청탁금지법, 건설경기 둔화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브렉시트 등 대내외 악재를 일일이 나열했다. 이어 “경제학에 ‘자기실현적 기대’라는 게 있다”며 “비관적으로 인식하면 미래를 더 어렵게 한다”라며 ‘희망’을 주문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서 최선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라(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는 영국 격언도 소개했다.

이 총재의 자기실현적 기대가 반영된 ‘덕’인지 한은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2.8%다. 반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17년도 경제 전망에서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2.5% 성장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연구기관이 2.2∼2.5%의 저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의 두 축이었던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성장률이 하락함에 따라 2017년은 2016년 성장률(2.7%)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