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4’ vs ‘나테이박’… KS 29일부터 ‘방패 對 창’ 대결

입력 2016-10-27 00:01



2016 프로야구 정규리그 1위 두산 베어스와 2위 NC 다이노스가 29일부터 맞붙는 한국시리즈에서 역대급 투타 전쟁이 펼쳐진다. 두산은 일찌감치 ‘판타스틱4’라 불리는 최강의 선발투수진을 꾸리고 21년 만의 통합 우승 사냥에 나선다. NC는 두산의 마운드를 무너뜨릴 ‘나테이박’ 4인방을 앞세워 2013년 1군에 진입한 지 4년 만에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이들의 투타 맞대결 양상에 따라 1년 만의 가을야구 리턴 매치에서 승자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두고 맞붙었던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 5차전. NC는 2연패 뒤 2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떠나기 전까지 ‘타격기계’로 맹위를 떨쳤던 김현수(28)에게 결승 2루타를 얻어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산과의 가을야구 악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비시즌 NC는 타선의 몸집을 키우는 쪽을 택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에릭 테임즈(30)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박석민(31)을 잡기 위해 4년 총액 96억원이라는 거금을 아끼지 않았다. NC는 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핵타선을 구축했다. 동시에 박석민의 우승 DNA와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까지 덤으로 얻었다.

실패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박석민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역대 FA 최고 몸값을 받는 이유를 증명했다. 결승 홈런만 2개나 터뜨리며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주도했다. 지난해 박석민은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두산에게 통합 5연패를 저지당했다. 그래서 그는 “아직 더 보여줄 게 많다”며 두산을 상대로 이를 갈고 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박석민은 나테이박 타선의 기폭제다. 두산에게는 경계 대상 1호다.

플레이오프 초반 침묵했던 나성범과 테임즈, 이호준도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13타수 1안타에 그쳤던 나성범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테임즈는 같은날 동점 솔로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호준은 9회초 적시타로 LG 트윈스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규시즌 115홈런을 합작한 중심 타자들이 한국시리즈에 앞서 방망이 예열을 마쳤다.

NC의 공격을 막아낼 두산 선발진도 지난해보다 한층 더 강해졌다. 올 시즌 마이클 보우덴(30)을 영입해 더스틴 니퍼트(35)와 최강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여기에 토종 듀오 유희관(30)과 장원준(31)이 더해져 판타스틱4가 완성됐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우완, 유희관과 장원준은 좌완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두산 선발투수들의 활약은 기록으로만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일단 니퍼트(22승)와 보우덴이 정규시즌 40승을 합작했다. 유희관과 장원준은 각각 15승씩을 기록했다. KBO 최초로 선발투수 4명이 모두 15승 이상을 올렸다. 네 명의 투수가 거둔 승수는 무려 70승이다. 두산이 정규리그에서 거둔 93승 중 75% 이상을 책임진 셈이다.

두산 선발진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NC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유희관이 한 차례 패전을 떠안았지만 니퍼트와 장원준이 2승, 1승씩을 올렸다. 이들은 올 시즌 정규리그 NC전에서는 7승 3패를 합작했다. 보우덴이 평균자책점 1.17로 NC 타선에 위력을 떨쳤다.

반면 NC 선발투수들은 가을야구에서 두산에 약했다. 에릭 해커는 2패, 재크 스튜어트는 1승1패를 기록했다. 올해 12승을 기록한 투수 이재학이 승부조작 의혹에 연루돼 가을야구 엔트리에서 제외된 점도 아쉽다.

두산은 지난 8일 정규시즌을 마친 뒤 약 3주 간의 휴식기를 가지며 체력을 완벽하게 비축했다. 한국시리즈에 나설 선발 로테이션도 이미 확정됐다. 1차전 니퍼트를 시작으로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 순으로 마운드를 책임진다. 다만 플레이오프를 치른 NC가 경기 감각에선 앞설 것으로 보인다. 3일간 주어지는 휴식일 동안의 체력회복 여부가 변수다. 역사에 남을 만한 창과 방패의 정면 대결에서 어느 팀이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