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불거졌던 정윤회(61)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최순실(60)씨 ‘국정농단 사건’의 전조(前兆)였다. 주체는 바뀌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뒤에서 국정을 쥐락펴락했던 ‘비선실세’의 존재는 사실로 드러났다. 정씨 사건 수사 당시 “근거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던 검찰은 이제 정씨의 전 부인인 최씨의 범죄 혐의 꼬리를 쫓고 있다.
정씨의 국정개입 사건은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공개한 것이 직접적 발단이었다. 정씨가 청와대 외부에서 이른바 ‘십상시(十常侍)’라는 대통령 측근그룹과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내부동향 등을 보고받고, 정부 인사에 개입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8명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와 특수2부를 연합해 수사팀을 꾸리고 문건 진위 여부를 가리는 명예훼손 부분, 청와대 문건 유출 부분의 두 갈래로 한 달여간 수사를 벌였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정씨는 그해 12월 10일 검찰에 공개 출석하면서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군지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5일 검찰 수사 발표도 ‘국정개입 의혹은 불장난’이라는 거였다. ‘십상시’ 모임의 실재 여부에 집중한 결과였다. 정씨의 1년간 통신내역과 발신기지국 위치, 통화 상관관계 분석 등을 해봤지만 정씨와 십상시로 지칭된 인사들 간에 회동이 있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당시 검찰은 설명했다. 문건에 등장하는 십상시 모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오고갔다는 국정 관련 논의 역시 있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보도자료에 “정윤회 문건 내용은 신뢰할 만한 출처나 근거가 없고, 풍문과 정보 등을 빌미로 과장·짜깁기된 것”이라고 기록했다. 대신 ‘불장난’을 일으킨 것으로 지목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경정 등을 기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당시 수사는 ‘비선실세’ 본체에 접근하지 못한 채 중도에 멈춰선 모양이 됐다.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씨가 대통령 취임 전부터 각종 연설문은 물론 안보·외교 관련 문서를 사전 열람하고, 정부 인사에 개입했으며, 대통령의 각종 의상을 직접 준비했던 정황이 계속해 드러나는 중이다.
정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때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우병우 민정수석은 수사 종결 한 달 뒤에 민정수석으로 영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된 조응천 전 비서관은 지난달 대정부 질문에서 “우병우 민정비서관 발탁도 최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정윤회 국정개입’ 없었다던 검찰 ‘최순실 국정농단’ 제대로 겨누나
입력 2016-10-2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