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수백억대 부동산 소유… 재산형성 과정은 ‘베일’

입력 2016-10-27 04:05
검찰이 26일 압수수색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미승빌딩 전경. 최순실씨는 이 건물을 1988년 7월 공동 매입한 뒤 96년까지 다른 사람들의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윤성호 기자
2014년 ‘십상시 문건’ 유출 사건으로 비선실세 의혹을 받은 정윤회(61)씨는 “2007년 대선 이후 야인생활을 했다”며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갖고 있어 그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순실(60)씨가 오래도록 보유해 온 서울 신사동 일대 부동산을 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씨 몫으로 된 법적 재산은 많지 않았고, 정씨 가족의 주소지가 위치한 곳은 대개 최씨 소유였다. 이 부부는 현재 이혼했고, 정씨와 달리 최씨는 비선실세로 판명이 됐다.

최씨는 30대 젊은 나이부터 서울 강남의 부동산을 소유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씨의 드러난 자산 가운데 가장 가치가 크다고 꼽히는 것은 26일 검찰의 압수수색 장소에도 포함된 서울 신사동 640-1번지 미승빌딩이다. 지하 2층∼지상 7층인 이곳에는 각종 음식점과 마사지업소 등이 들어서 영업 중이다. 빌딩 가치만 200억원 안팎이며 임대 수입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자들의 평가다.

최씨는 이 건물을 32세이던 1988년 7월 23일 이모(70), 임모(68)씨와 함께 사들였다. 당시 지하실이 딸린 3층 유치원 건물이었다. 이듬해부터 증축이 시작됐고, 최씨는 이들의 지분을 96년까지 모두 사들였다. 이 빌딩은 2003년부터 최씨와 정씨, 그리고 딸인 정유라(20)씨의 주소지로 오랜 기간 기록됐다. 건물 관리인은 현재 최씨가 이곳에 없다고 했다.

최씨는 앞서 86년 12월 5일부터 인근 신사동 639-11 건물과 토지 일부를 소유하고 있었다. 건물은 지하 1층∼지상 4층이었다.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을 맡기도 했던 최씨는 애초 태권도 강습소가 있던 이 건물 3층에 ‘초이유치원’을 개설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8년 1월 최씨가 동부상부저축은행에 85억원을 받고 매각한 뒤 이 건물은 5층까지 증축됐다.

최씨 부부는 2004년부터 2008년 무렵까지 강원도 평창군 도사리 일대 토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매입한 토지의 지목(地目)은 대지·임야·목장용지로 다양했다. 2004년 6월에는 18만㎡에 이르는 임야와 목장용지 등 8필지를, 2005년 6월에는 목장용지 5만㎡를 사들였다. 이 토지 부동산들은 최씨가 2005년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신사동 639-11 건물과 함께 담보가 됐다.

2012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약 4억2000만원이던 이 땅은 현재 7억∼10억원 가치로 평가받는다. 최씨 부부가 2008년 사들인 도사리 842번지의 경우 당시 개별공시지가가 7250원이었지만 현재는 1만원을 넘는다.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평창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값이 뛰어오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필지마다 정씨가 30%, 최씨가 70%를 소유하던 강원도의 토지들은 이제 최씨 모녀가 반반씩 갖고 있다. 2011년 5월 정씨가 보유 지분 전부를 딸에게 증여했고, 다음 달 최씨도 일부를 증여했기 때문이다. 최씨가 이후 처분한 부동산은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254-1번지 일대 토지·건물이다. 최씨는 2008년 6월 16일 이 부동산을 34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4월 29일 52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12월 8일에는 딸 정씨가 강원도 부동산 중 10필지를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유로화 3억원어치를 대출했다. 근저당 채권 최고액이 3억6000만원으로 기록됐다. 최씨 모녀는 이후부터 독일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이곳에서도 최소 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콤팔리’ 등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1월 12일 3성급 호텔인 하트슈타인 하우스를 사들였다.

언론에 공개된 가격은 55만 유로(약 6억8000만원)지만 실제 가치는 더 클 거라는 전망도 있다. 최씨는 이 호텔의 이름을 ‘비덱 타우누스 호텔’로 바꿨고 영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호텔 주소지는 스포츠마케팅·에이전트 목적으로 한국과 같은 이름으로 설립된 더블루케이 독일 법인, 그리고 비덱스포츠와 같았다. 호텔 이외에도 쇤네 아우스지히트가(街)와 바이센베르크, 브롬바흐 등에 주택 3채를 샀다. 각각 가치는 4억∼5억원으로 추산된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