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비주전의 설움을 극복하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불꽃타를 터뜨린 백업 포수 로베르토 페레즈(28)가 승리를 이끌었다.
클리블랜드는 26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 홈경기에서 시카고 컵스를 6대 0으로 제압했다. 1948년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67년 동안 탈환하지 못한 월드시리즈 우승은 이제 3승 앞으로 다가왔다. 주인공은 단연 페레즈였다. 페레즈는 9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4타점을 휘둘렀다. 안타는 모두 홈런이었다. 생애 첫 월드시리즈에서 멀티 홈런으로 프로그레시브필드 관중 3만8000명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페레즈가 3-0으로 앞선 8회말 2사 1, 2루에서 쓰리런 홈런을 날렸을 때 컵스는 추격할 의지를 상실했다.
페레즈와 선발투수 코리 클루버(30)로 구성한 배터리 역시 안정적이었다. 페레즈는 클루버의 시속 150㎞대 싱킹패스트볼(싱커성 직구)을 받으면서 ‘탈삼진 쇼’를 합작했다. 클루버는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컵스의 타선을 봉쇄했다. 삼진은 모두 9차례. 3회초까지 잡은 삼진은 8개였다. 월드시리즈 사상 초반 3이닝 최다 탈삼진이다. 페레즈의 안정적인 배터리 운영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페레즈는 원래 백업 포수였다. 주전은 얀 곰스(29)였다. 클리블랜드의 포수 플래툰시스템에서 페레즈는 비주전이었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A 다저스의 29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계약하지 않고 1년을 휴식한 뒤 재도전한 2008년 33라운드 지명을 한 클리블랜드에 입단했다. 2014년 7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냈다.
하지만 곰스가 어깨 부상으로 60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오른 지난 7월부터 기회를 얻었다. 타율은 정규리그 0.183, 포스트시즌 0.222로 높지 않았지만 대안을 찾지 못한 테리 프랑코나(57) 감독은 페레즈를 월드시리즈까지 중용했다. 페레즈의 멀티 홈런은 프랑코나 감독의 믿음에 대한 응답이었다.
지난 13년 동안 월드시리즈 1차전 승자의 우승은 모두 12차례였다. 92.3%의 높은 승률이다. 월드시리즈를 통틀어서는 63%(111회 중 70회)다. 올해 아메리칸리그의 올스타전 승리로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홈구장 4경기를 확보한 클리블랜드는 사기까지 충전했다.
월드시리즈 2차전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클리블랜드의 트레버 바우어(25), 컵스의 제이크 아리에타(30)가 선발 등판한다. 컵스는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노리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확정하려면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백업 포수, ‘저주 시리즈’ 첫판 주인공되다
입력 2016-10-26 18:06